햇볕에서 놀고 햇볕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꾸밈없는 이야기
어른들에게는 세상을 살아가는 공부. 웃음과 눈물이 절로 나게 하는 어린이들의 아름다운 이야기.
마암분교 어린이들의 동시와 일기 모음 ‘거미줄로 돌돌돌’과 ‘오줌으로 만든 무지개’
“우리 개가 많이 아프다. 우리 엄마 아빠는 ‘죽어라 죽어 밥 안먹으면 말라 죽어라 죽어.’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 너 많이 아프냐 밥많이 먹어라 빨리 나아라 한다. 그런 말과 마음이 모여 사랑이라는 단어가 생긴다.”(‘사랑’ 윤귀봉)
전주에서 구이를 거쳐 임실로 가는 운암저수지를 앞에 두고 언덕배기에 딸막 올라서있는 마암분교 아이들이 써낸 동시와 일기모음 ‘거미줄로 돌돌돌’과 ‘오줌으로 만든 무지개 다리’(열림원)가 나왔다. 이미 동시집 ‘학교야 공차자’로 웃음과 감동을 널리 전했던 마암분교 아이들이 다시 내놓은 이 책은 달과 별, 물고기, 새 울음소리, 강물, 노을, 풀벌레, 빗줄기들을 보고 만나며 세상의 이치를 터득해가는 맑고 순수한 마음이 함뿍 담겨 있다. 이 동시와 일기들은 자연을 단순히 인간을 둘러싼 환경으로 바라보지 않고 함께 숨쉬고 살아가는 존재로 바라본 아이들의 시선이 자유롭고 꾸밈없는 소박한 표현과 결합된 글들이다. 재미있고 신선한 발상을 엿볼 수 있는, 마암분교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도 함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빛나보이는 이 책의 미덕은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하는 솔직함이다. 그 솔직한 천진난만함은 때로 웃음을 절로 나게 하기도하고 눈물을 머금게 하기도 한다.
‘오늘은 비가 많이 온다. 나는 비가 안 왔으면 좋겠다. 근데 비가 조금 좋다. 왜냐하면 꽃들이 크게 자라고 여름에는 과일들이 자라 과일이 많이 피면 나는 과일을 많이 먹으면 좋다.’창우의 일기 ‘과일’이다. 앞뒤가 안맞는 문장도 있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는 것은 없다.
아이들의 시 역시 감동적이다. 1학년 다희부터 6학년 초이까지 모두가 시인이지만 귀봉이의 글쓰기는 놀랍다. ‘난 봄의 느낌을 알 수 있다. 할머니들이 밭을 매면 아 이제 봄이구나 알 수 있다.’(봄을 알리는 일’) ‘여름이지만 선생님 머리에는 눈이 왔다. 그 눈을 치우고 싶지만 치울 수가 없다. 나이 때문이다.’(선생님)
4학년 진철이의 ‘강물’도 예쁘다. ‘끝이 어딘지 모르게 아주 아주 멀리 가는 강물.’
느낀대로 본대로 이야기할 수 있음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진정한 아이들다움이야말로 또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아이들의 글쓰기를 가르치며 이 아름다운 글들을 엮어낸 김용택 시인은 “어떻게 보면 잘 가르치지 않을수록 아이들은 글을 잘 쓴다 ”고 말한다. 그는 실제로 아이들에게 특별히 글쓰기를 가르치지 않는다. 물론 일기 쓸것도 강요하지 않는다. 아주 자유롭고 ‘지 맘대로’ 쓰도록 한다. 그래서 동시모음집에는 전교생 열일곱명이 쓴 동시 1백편이 실렸지만 일기모음집은 일곱명 아이들만의 것이다.
햇볕속에서 놀고 햇볕속에서 자라는 마암분교 아이들의 글에서는 ‘달 뜬 강물소리’가 들린다. 김용택시인의 말처럼 아이들의 동시와 일기는 ‘세상의 한 귀퉁이를 깨우는 노래’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어른들에게는 도리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공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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