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화가 조병철씨가 보는 세상은 풍경으로 드러난다. 그것도 도심의 풍경이 아니라 어쩌면 그것으로부터 소외되고 일탈되었을 그 주변 공간의 풍경들이다. 그는 오랫동안 이 풍경에 집착해 왔다. 그리고 그가 주목하고 있는 이 도시 근교의 풍경들은 물질화된 현대사회로부터 소외되고 묵살되는 것들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애정을 드러내는 것에 다름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10여년이 훨씬 넘는 동안 그의 그림들은 사실적인 풍경을 딛고 자신만의 언어를 구축해온 셈인데 결코 짧지 않은 그 시간의 응축된 힘을 모아낸 근작들은 이제 오롯이 그의 역량을 부추겨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전한다.
그는 지난달 30일부터 5일까지 서울 한국문예진흥원 미술회관 전시실에서 ‘평화동에서’라고 이름붙인 개인전을 열고 있다. 다섯번째 갖는 이 개인전은 지난해말 포트폴리오 심사를 거쳐 쉽지 않게 초대받은 공간이다. 그는 이 전시회에 1년여동안을 철저하게 작업에만 매달려 고군분투하며 그려낸 대작을 내걸었다. 6미터폭에 2미터 가까운 높이의 1천호 대작부터 그만그만한 대작들이 대부분인 이 전시실은 사실적인 풍경화의 아름다움과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예전에 살았던 전주 평화동의 풍경들과 이사한지 1년 남짓되는 완주군 이서면의 농촌 풍경을 담아낸 이 그림들은 사실적 풍경에 기반하고 있으면서도 삶과 미술의 문제를 꾸준히 천착해온 작가의 의식세계가 고스란히 담겨 생명을 북돋아낸다. 그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늘 한국의 회화를 탐색해온 작가다.
“한국회화의 전통와 정신을 현대에 창출하는 일에 있어 한국화나 서양화의 장르간 경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구상회화의 맥이 단절된 화단 풍토가 너무 아쉽다는 그의 이번 대작들을 보면 회화의 힘이 궁극적으로 무엇이어야 하는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홍익대를 졸업, 백제예술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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