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민평 초대전, 따뜻함과 편안함, 깊어진 화폭 서신갤러리 개관 3주년 기념 기획
- 산에서 나무로, 그러나 생명과 존재의 의미는 더욱 확연하다
산이 있던 자리에 나무들이 남았다. 밝고 화사하여 아름답던 마을과 힘찬 산의 형상은 더이상 화폭의 중심이 아니다.
짙은 어둠이 깔린 화폭안으로 나무들이 드러나고 언뜻언뜻 간신히 안으로 삭여낸 고운 빛깔을 드러낸 꽃 조차도 나무와 한몸이 되어 독특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서양화가 박민평씨가 참으로 오랫만에 개인전을 열었다(17일까지 서신갤러리). 94년에 이어진 자리이니 6년만의 전시회다.
서신갤러리가 개관 3주년 기념으로 작가를 초대한 자리에는 최근의 작업과 5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그의 초기 작품이 함께 어울려 있다.
한 작가의 작업 변화를 눈여겨볼 수 있게 하는 전시기획이 흥미롭기도 하거니와 화가의 변화된 작품세계가 눈길을 끈다.
전시한 작품은 20여점.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교직을 떠나 작업에만 전념하고 있는 그의 삶의 정서는 이 근작들을 통해 섬세하게 전해진다. ‘산의 작가’로 불리울만큼 철저하게 산에 몰두해있던 작가는 이제 산에서 내려와있거나 아니면 아예 산과 한 몸이 된 듯싶다. 무채색이 주조를 이루는 그의 화폭은 어두워지고 깊어진 색채를 동반하고서도 여전히 서정적이다.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듯한 그의 화폭이 갖는 미덕은 따뜻함과 편안함이다. ‘나무’와 ‘고향’‘달밤’ ‘풍경’ ‘노래’등 작가가 주목한 새로운 이미지들에 대한 느낌도 새롭다.
한때 작가가 열정을 쏟아 담아냈던 해바라기 연작과 자화상, 그리움의 이미지가 함뿍 배어있던 산 연작들을 근작들과 함께 만나는 감흥 또한 신선하다.
예나 지금이나 지우들과의 술자리를 즐겨하는 박씨는 교직에서 물러난 이후 의외의 활동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전북문화개혁회의 공동대표. 철저하게 작가로서의 자리를 지켜온 그의 선택은 문화계의 화제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였든 지금 그의 직분은 의식과 가치관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을 듯 싶은데 이런 저런 생활의 변화를 작품속 언어와 연결시켜보는 일도 흥미로운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 것은 대부분 화폭들에서 여전히 산의 이미지가 살아있다는 것.
산이 없어진 자리에서 오히려 산의 언어가 강렬하게 배어나는 까닭은 그의 ‘산’이 형상자체로서 보다는 생명과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자리잡고 있었던 때문은 아닐까.(255-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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