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로는 불을 담는 그릇으로 옛날에는 솥, 변기(요강)와 함께 가재중에서 가장 소중하게 보존되었다.
따라서 이사를 할 때에도 이 세가지는 다른 사람을 시키지 않고 주인이 지참하여 방 가운데에 놓고 무사안일을 축원하는 상징적 주술법을 주문하기도 했다.
화로의 사용목적은 굽고 꿇이는 것외에 언 손과 발을 녹이는데 유용했지만 그보다 더욱 소중한 것은 불씨를 담아 내리는 것이다.
시어미니가 쓰던 화롯불을 한번도 꺼트리지 않고 간직하여 대대로 전달한 것이 며느리의 도리요, 가문의 명예로 여겨온 것이다. 화로의 종류도 다양하여 놋쇠로 만든 값이 비싼 화로가 있는가하면 주철로 만든 화로와 흙으로 만든 옹기 화로가 있다.
부주의로 옹기 화로가 깨지면 삼베 나부랭이를 발라 재사용했다.
솥, 변기, 화로는 분가하여 새로 세간살이를 장만하면 자자손손이 대를 이어 사용하는 것이 절대 불문률로 되었으며 깨지고 녹슬었다하여 버리게 되면 그 집안의 치부를 드러낸 것으로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었다.
화로의 일종인 향로(香爐)는 4대봉사를 하는 사대부이상의 벼슬 집안이나 사직, 또는 천제에 임금이 지내는 각종 제사에 악재를 없애고 부정을 뿌리치는 방법으로 향을 피우는 그릇이다.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설치된 것과 같다. 헤브라이 사람이 신전에서 향로를 사용하였고, 솔로몬왕도 향로를 만들었다는 기록은 구약성서에도 나타나 있으며, 가톨릭교에는 지금도 이 전통이 있다.
인도에서는 4천년전의 유적에서 향로가 발견되었고, 불교에서는 몸과 마음의 정결을 위하여 향을 사용하고 있다. 향로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다.
중국에서는 전국시대때부터 진(秦), 한(漢)에 걸쳐 동(銅)에 토(土)제가 있었는가 하면 수(隋), 당(唐)에 이르러서는 연꽃무늬 등 문양과 색채를 넣어 만든 것이 많았다.
우리나라는 청자향로가 많으며, 고려시대 금산사(金山寺) 향로는 일본에 전해져 이것을 본뜬 긴상사 향로가 만들어졌다. 우리가 보존하고 있는 것은 국보 60과 65호인 청자향로가 국립박물관에 그리고 문양만 다른 청자제품이 간송미술관에 보관되었다.
일전에 국가사적 1백50호인 익산 미륵사지에서 백제말 통일신라시대의 것으로 추정된 금동향로가 출토되었는데 뚜껑에 연꽃과 구름의 문양, 그리고 네발은 사자모양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사계의 비상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양복규(명예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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