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지혜가 담긴 우화(寓話)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황혼 무렵에 수탉과 부엉이가 만나 서로 자기 생각이 옳다고 논쟁을 벌였다. 수탉이 먼저 우겼다. ‘하늘에 빛이 나는 둥그런 물건이 떠오르면 확실히 날씨가 따사로워 진다. 그것이 열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그러자 부엉이가 지지 않고 반박했다.
‘당신 말은 틀렸다. 내가 겪어 봐서 잘 알지만 나는 둥그런 물건이 떠오르면 쌀쌀해지는 느낌만 받았다. 그러니 그건 열을 내지 않는다’수탉이 다시 반박했다. ‘그렇지 않다. 나도 아침마다 겪어 봤지만 분명 열을 내고 있었다’ 부엉이가 되받았다. ‘나도 날마다 활동하느라 나오는데 한번도 열을 낸다는 감을 받은 적이 없다’ 논쟁의 결론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의 말은 둘 다 옳았다. 왜냐하면 수탉은 해를 보고 말했고 부엉이는 달을 두고 말했기 때문이다.
적절한 비유가 될지 모르지만 최근 권노갑(權노甲) 최고위원 퇴진론으로 빚어진 민주당 내분사태가 바로 이런 양상이 아닌가 싶다. 분명 현실상황이‘위기국면’인것만은 틀림없는데 그것을 보는 눈은 계파별로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국정의 안정적 운영을 책임져야 할 집권 여당이 계파간 갈등으로 국민생활에 불안감을 주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 동교동계면 어떻고 비동교동계면 어떤가. 경기침체에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여파로 국민들 마음이 저만큼 달아나 있는 마당에 자칫 ‘새우싸움(?)에 고래등 터지는’우(愚)를 범하는 일이 빚어질까 두렵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집권하기 전 7명의 동교동계 비서출신 의원들이 ‘대의(大義)를 위해 자팽(自烹)하고자 한다’는 결의를 한일이 있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당직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보필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나 그뒤 상황은 어떻게 변했나.
마침 엊그제 동교동계 핵심 실세 11명이 모여 ‘초심론(初心論)’를 들고 나왔다 한다. 동교동계가 단합하여 김대통령을 모셨던 초심으로 돌아 가 당 내분을 수습하자는 것이다. 우선 달을 해로 바꾸어 열을 내게 하는것, 그것이 지금 중요한 시점이란 점을 깨달았다는 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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