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의 일방적 추진에 미술인들 제동
- 공청회 등 공개된 절차 거쳐야 미술관 기능 살릴 수 있어
- 예산 규모 기능의 효율성 고려해야 제 역할 발휘
- 도 완주군 모악산 주변 위치 선정에 여전히 이의 제기
2000년 전북문화계 가장 큰 이슈는 도립미술관 건립사업의 본격화다. 새로운 인프라 구축의 가치를 부여받고 있는 미술관 건립은 이미 오래전부터 문화계가 바라오던 숙원사업. 새로운 세기,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이나 소비패턴의 환경속에서 필요한 문화를 창출하고 소비하는 문화의 중심으로서 미술관의 역할이 강조되어왔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문화계의 이러한 열망에 따라 올해 초 2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완주군 모악산 부근의 부지 6천평에 도립미술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미술문화의 사각지대로 꼽혀온 전북에 새로운 미술문화 환경이 조성될 수 있게 된 셈이다.
공립 미술관 건립은 단순히 새로운 문화 하드웨어가 늘어나게 되었다는 의미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술관 부재는 미술문화의 척박함을 그대로 반영한다. 서화의 전통이 뚜렷함에도 근대의 지역 미술사 조차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것이나 수많은 미술문화유산 들이 소실된 것도 미술관 부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북의 예맥을 이어왔던 많은 자료들이 사장되고 훼손되거나 화상들에 의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었는가하면, 근래들어서만도 강암 송성용, 벽천 나상목, 토림 김종현, 서양화가 권영술 등 미술사에 굵직한 자취를 남긴 거목들이 뒤를 이어 작고했지만 정작 그들의 작품과 예술세계를 남겨 후대에 전해줄만한 공간조차 없었던 현실에 비추어 볼때 도립미술관 건립은 지역 문화사를 다져가는데 새로운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도립미술관 건립 추진은 기대처럼 순탄하지 만은 않다. 위치 선정이나 예산 확보, 투명하지 못한 추진과정 등 도의 일방적인 추진작업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미술인들을 비롯한 문화계에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미술관의 여건과 기능, 지리적 요건, 감당할 수 있는 예산과 지역적 특수성 등 전반적인 환경이 충분히 논의되고 검토되지 못한채 위치가 확정되고, 규모가 결정되는 등 효율적이지 못한 일방적인 추진에 미술인들이 반기를 들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6월에 발족한 범미술인 총회는 도의 일방적인 미술관 건립 추진에 맞서 범미술인 총회를 열고 공청회나 충분한 여론 수렴으로 건립위치를 선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비롯해, 미술관 건립의 효율적인 추진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도는 뒤늦게서야 구성한 자체적인 추진위원위원회를 중심으로 당초 결정했던 계획을 추진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예상되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 미술관 위치를 둘러싸고 여전히 적지 않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데다 예산확보마저도 순탄치 않다.
예산과 효용성, 실질적인 미술관 기능을 고려하지 않은 미술관 건립은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것이 문화계의 입장.
실제로 도의 미술관 추진위원 들 중에는 위치 선정에 강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위원들도 있는데다 전체적인 여론도 공청회 등 보다 공개된 절차를 통해 위치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데 무게가 실려 있어 미술관 건립은 원점에서 머물고 있는 듯한 느낌이 짙다. 대안마련이 시급한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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