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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끝나지 않은 차별’

해가 끝나가는 이 때, 맹렬하게 불어닥치는 취업한파는 우리의 마음을 더 움츠리게 만든다. 특히 졸업을 앞둔 여학생들, 취업 재수하는 여성졸업자들의 비애감은 남다르다. ‘남자도 취직하기 힘든데…어디 여자가….’

 

여성은 응시기회조차 제한된 바늘구멍같은 취업의 철문 앞에서 쓸쓸히 돌아선다. 그녀의 선배들이 자의건 타의건 어쨌든 찾아들어간 ‘가정’이라는 버팀문도 2천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는 더이상 안정적 대안이 아니다. 산업화와 정보화로 표현되는 현대사회의 변화는 가정이라는 사적 영역을 축소시키고 직장과 동료집단, 국가와 지역사회의 비중을 키웠다. 현대 여성에게 공적생활에의 ‘안정적 안착’은 점점 절박한 과제가 되어가고 있다.

 

공적영역은 오랫동안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공간이다. 사회적 통념과 각종 문화적 장치들이 직장에서의 남성중심주의를 공고히 하면서 대부분의 전문직, 고위관리직 등의 의사결정권을 가진 지위가 남성들에 의해 점유되고 여성의 노동은 비전문적 판매직, 하위사무직, 전문가 보조업무 등에 편중되어져 왔다. 여성의 가사노동을 정당화하던 식의 가부장제의 전통적 표출방식은 이제 새롭게 공적영역으로 밀려들어오는 여성들에게 그 영역의 하급직을 내주며 여성들을 새로운 하층계급으로 편성시키는 쪽으로 변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여성들은 성차별이 ‘계층차별’ 현상으로 둔갑하였음을 깨닫는다.

 

얼마전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된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표출된 여성과 남성의 투표행태 차이가 흥미롭다. 남성들은 보수주의자 ‘부시’를 더 선호했고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고어’를 더 지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기득권자인 남성들과 변화를 갈망하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여성들의 위상을 잘 드러낸다. ‘가정’을 박차고 나온 현대사회의 ‘로라’ (입센의 ‘인형의 집’ 주인공)는 ‘빈곤’에 직면해 있다. 차별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박준행(여성다시읽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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