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장치를 안치했던 금제방합(金製方盒)’/‘금동제 불상은 여래형(如來形)이 통견(통견)의 법의(법의)에 전신광배(全身光背)/‘두광부(頭光部)는 당초문(唐草紋), 신광(身光)은 화염문(火炎紋)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게 다 무슨 말인가, 웬만큼 한문 실력을 갖춘 사람도 용어 자체가 워낙 생소하여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전북문화재대관에 수록된 ‘익산 왕궁리 오층석탑내 발견유물’(국보123호)에 대한 설명문이다.
또 있다. ‘3층 옥개석위의 상륜부(相輪部)는 2단 부연(剖椽)이 있는 방행노반(方形露盤)을 얹고 그 위의 복발(覆鉢)은 편구형(扁球形)으로 그 위에는 아홉닢 앙화(仰花)가 조각된 간석(竿石)을 사이에 끼우면서…’(실상사 3층석탑)등등 전문가들이 아니고는 그저 대충 짐작으로나 이해할수 있는 난해한 설명들이다.
문화재대관에 수록된 내용은 그렇다 치자. 어차피 학계나 문화재전문가들 아니고는 자주 참고할 일이 없을테니까. 문제는 도내에 산재한 문화재 현장 안내판에 쓰여진 설명문이다.
친절하게도 대부분 영어까지 병기(倂記)해놓긴했지만 한글 안내문은 문화재대관에 나와있는 문체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쉽게 읽고 유래만 알면 그만인데도 무슨 전문용어가 그리도 많은가. 절이나 암자 이름난 유적지를 찾은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곤혹감을 경험했을 것이다.
과문(寡聞)탓인지 몰라도 선진외국이나 이웃 일본만해도 안내문이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문화역사가 짧은 미국에서는 유명인들의 행적까지도 문화자원으로 보존한다고 한다.
가령 시인 프리스트가 잠깐 쉬고 간 나무 그늘에 ‘이곳은 프리스트 시인이 쉬고 간 자리’라고 안내판을 세워놓는 식이다. 우리 문화재의 안내판도 그런정도 수준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전북도가 도내에 산재한 6백67개 지정문화재 안내문을 알기 쉬운 문장으로 바꾸기로 했다한다. 중학교 졸업학력이면 누구나 이해할수 있게 한문을 한글로, 짧게 요점만 간추린 평이한 문장으로 설명문을 새로 작성한다는 것이다.
잘 한 일이다. 문화재는 그저 보고 느끼고 간단한 유래만 알아도 그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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