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며칠사이 황사현상과 함께 꽃샘추위가 매섭다. 해마다 봄이 올 무렵이면 반복되는 자연현상중의 하나가 바로 꽃샘추위이다. 혹독했던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새봄의 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느닷없이 겨울이 찾아 온 듯한 매서운 추위가 몇일씩 지속되며 위세를 부린다.
이른 봄이 되면 겨울동안 맹위를 떨치던 시베리아 고기압이 후퇴하고, 시베리아 기단에서 분리되어 나온 이동성 고기압과 중국 대륙에서 발생한 온대성 저기압이 3∼4일 간격으로 교대로 통과하면서 봄이 완연해 갈 무렵 약화되었던 시베리아 기단이 세력을 회복해 매서운 추위가 다시 찾아드는데 이 추위가 바로 꽃샘추위인 것이다.
봄추위는 춘한(春寒)이라는 한자어를 쓰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순수한 우리 토박이말인 꽃샘이라는 말로 흔히 표현된다. 꽃샘은 어감도 예쁘지만 꽃피는 봄을 샘내는 겨울의 표정까지 읽을 수가 있어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계절까지도 이웃처럼 의인화하며 살아왔던 한국인의 유별난 자연감각이 꽃샘이라는 한 마디 말속에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네 조상들의 시적 감각과 자연에 대한 애정이 물씬 배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꽃샘이 봄을 방해하는 존재가 아니며,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서 그리고 봄의 동반자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인생에서도 분명 꽃샘추위에 해당하는 고난이 한 두 번씩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와 같은 꽃샘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고 좌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그 혹독하고 긴 겨울을 잘 견디어냈으면서도 정작 아주 짧은 꽃샘추위에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두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어려운 살림살이에다 취업난은 가중되고 구조조정의 한파에 떠밀려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계절은 봄이 왔건만 그내들 가슴속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기에 이 봄의 꽃샘추위가 더 차갑고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좌절할 수 없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꽃이 피어나듯이 어려운 시대를 아름답게 가꿔가야 할 책임도 우리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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