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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시위문화



 

진보주의의 천국이라 할 스웨덴에도 반체제 시민들이 있고 이들은 해마다 봄이면 날씨 좋은 날을 택해 왕궁 건너편 잔디밭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다고 한다. 그러나 어떤 뚜렷한 이슈가 있는것은 아니고 그저 모임자체를 즐기고 일종의 피크닉성 시위일뿐이다. 때문에 한창 시위가 무르익을때쯤이면 왕궁에서는 간식과 음료수를 내보내 이들의 흥을 돋워 주는것이 관례로 돼있다 한다.

 

지난해 4월 미국의 워싱턴DC 국회의사당앞 광장에서 열린‘동성연애자의 날’시위도 1만여명이나 모여든 대규모였지만 소풍같은 분위기였다. 연단에서는 성명서가 낭독되는등 열기가 뜨거워도 피켓을 든 시위대가 의사당에 몰려가는 일은 없었다. 프랑스는 경찰관도 시위를 버리는 나라지만 시위문화가 정착된 노조원들이 회사측의 감원계획에 반대하며 공장을 점거하는 일은 없고 회사들이 생산라인을 폐쇄하는 일도 없다.

 

이탈리아 로마 시내에서는 거의 날마다 각종 이익단체의 시위가 열린다. 때로는 노상점거로 교통을 마비시키는 화물노조 같은 과격단체도 있다. 하지만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은 구경할 수 없다. 이웃 일본이나 대만, 동남아 각국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시위자체가 크게 과격하지는 않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시위가 벌어졌다 하면 대규모로 과격하기 짝이 없다. 멀리유신반대나 민주화투쟁과정에서의 공권력과의 충돌은 예외로 치자. 그러나 경찰이 ‘무(無) 최루탄’을 선언하고 폴리스 라인을 정해 평화적으로 시위를 유도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요즘 시위는 또다시 80년대·90년대초로 회귀한듯 돌멩이·파이프·몽둥이가 난무하는등 살벌한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더구나 그토록 지켜왔던 최루탄은 사라진 대신 화염병이 재등장했다. 그것도 공중에서 폭발하며 살상력까지 갖춘 신종 화염병까지 등장할까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지난주 토요일밤 서울 연세대앞에서 열린 민중대회 장면을 지켜본 시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우리의 시위문화 과연 이래도 괜찮은 것인가? 학생과 노조원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내새우는것은 좋다. 그러나 그 방법은 합리적이고 평화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들이 이맛상을 찌푸리지않고 성원도 보낼수 있다.

 

전북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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