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판의 사람들이 항상 그렇듯, 작품을 정하고 연습을 거쳐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기까지는 열정으로 덤벅된 땀과 고단함이 있기 마련이다.
가득 메운 객석에서 보내는 감동의 박수가 감격스럽기도, 또 썰물처럼 빠져나간 텅빈 객석은 쏟아낸 열정만큼이나 아쉬움과 허전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연극인들이라면 누구나 매공연마다 느끼는 일일터. 하지만 그들은 또다른 무대를 준비한다.
감동의 박수와 텅빈 객석의 아쉬움이 교차하는 연극판. 바로 그 판에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지역연극계를 지켜온 창작극회가 ‘1백번째 정기공연’을 준비중이다.
도내 연극계의 산 증인과 같은 창작극회.
60년대 연극 불모지에 연극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70년대와 80년대를 거치면서 전국을 무대로 전북연극을 한껏 뽐내보였던 창작극회.
‘선배 연극인들이 일궈놓은 밭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버겁다’는 현재의 창작식구들의 말처럼 여전히 연극판은 40여년 그때처럼 고단하기는 마찬가지다.
소극장운동이 일기 시작한 80년대 만만치않은 유지경비에 꾸준히 작품을 올려야하는 부담으로 개관 이후 몇해를 넘기지 못하고 문을 닫기도 했고, 창작극회 출신 시립극단 단원들이 매달 3만∼4만원의 비상근 월급을 모아 소극장을 재개관하기도 했다.
97년 소극장 화재로 다 타버렸을 때에는 지역의 문인들과 문화계 인사, 또 창작극회의 활동에 애정을 가져온 관객들이 모아낸 성금으로 다시 문을 열기도 했다.
이번 1백회 정기공연을 준비하는 단원들이 즐거운만큼 부담스러운 것은 선배들과 그동안 항상 애정으로 함께해준 관객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마련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1백회를 기념, 대작을 계획하기도 했지만 동고동락해온 소극장무대를 지키자는 의미를 담아 소극장 장기공연을 준비했다.
오는 19일부터 창작소극장에서 장기공연에 들어가는 작품 ‘오월의 신부’는 지역극단에서는 처음으로 광주항쟁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황지우시인의 작품 ‘오월의 신부’는 야외극으로 올려졌던 작품을 소극장용으로 수정해 갖는 공연. 광주항쟁의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과 시민군에 참여한 광주사람들의 이야기이자 그때를 살았던 우리 모두의 이야기. 딱딱해보이는 주제지만, 진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어 재미가 솔솔하다는 것이 연출가의 설명.
류경호대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배우들이 부족한 현실이지만 개인적인 사정을 뒤로 하고 한달여동안 장기공연 열차에 ‘기꺼이’참여한 단원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연극을 사랑하는 관객들과 그들을 위해 열정을 쏟아온 단원들이 준비하는 1백회 정기공연.
꼭 연극을 사랑하는 연극팬이 아니더라도 지역연극판의 ‘기념비적인 역사현장’에 함께하는 것도 좋을 듯 싶다. 공연문의 282-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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