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일본인의 치부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지난 날의 상처를 잊지 말아야 한다. 평화의 소중함과, 또 그것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일제시대 강제연행과 징용, 그리고 군위안부 문제를 생생하게 다큐형식으로 담아낸 영화 ‘백만인의 신세타령’. 이 영화의 감독 마에다 겐지(前田憲二·66)는 일본인이다.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초청작인 ‘백만인의 신세타령’은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일본인 스스로가 진솔하고 담담하게 영상으로 담아낸 자기고백이다.
7년여동안 그는 일본 전역을 답사하며 관계자들을 만났고, 취재를 위해 수차례 한국 촬영을 다녀갔다. 그 첫 결실이 6백56쪽의 두툼한 책으로 만들어져 지난 99년 같은 제목으로 출간됐고, 취재과정을 담아낸 영화는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일본에 개봉돼 아직도 상영중이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징용과 위안부 피해자들을 직접 찾아 그들의 굳었던 입을 열게 했고, 50여명의 피해자 인터뷰 가운데 영화에는 17명의 증언이 생생하게 기록돼 있다.
새 교과서 문제와 관련 우익단체의 거센 목소리가 마에다감독의 영화상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책출간과 상영을 앞두고 일본내 우익단체들의 방해와 협박이 노골적으로 벌여졌고, 급기야 이달 14일 요코하마 상영관에서는 우익단체 소속 인사들이 버스 20여대로 상영관을 에워싸고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경찰이 출동해 사태가 마무리되기도 했다.
“우익단체의 협박이 노골적이긴 하지만 한편으로 진보인사들로 구성된 상영위원회가 작업과 상영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작업을 통해 한국인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는 그는 “엄청난 차별과 고난을 받고도, 박해를 이겨내고 오히려 의젓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통해 가르침과 깨우침을 얻었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일본의 각종 축제와 민속행사를 취재해 TV를 통해 2백여편을 방송한 바있는 그는 취재과정에서 일본의 역사와 문화 상당부분이 한국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을 알게된 뒤부터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백만인의 신세타령’의 기획도 한·일간의 역사 바로알기에 대한 그의 오랜 관심에서 비롯됐다.
한국의 전통문화와 관계있는 도내의 지역들을 여러차례 답사했다. 이 때문에 지역 예술인들과도 친분이 깊다. 판소리에 깊이 매료되어 있는 그는 일본의 문화인사들을 모아 판소리 기행을 여러차례 다녀가기도 했거니와 웬만한 명창들의 이름은 그에게 낯설지 않을 정도다. 26일 전주에 온 마에다감독은 29일 전주에 오는 부인과 함께 머물다 2일 출국할 예정이다.
<백만인의 신세타령:1일 오후 8시, 코리아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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