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는 제게 특별한 기억을 남는 장소입니다. 저와 남다른 인연을 맺었던 이강천감독의 고향이기 때문이죠. 이감독은 틈만 나면 전주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인지 처음 전주를 찾았지만 전혀 낯설지가 않습니다.”
지난 50년대와 60년대 은막을 화려하게 수놓았던 최지희씨(60)가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주를 찾았다.
지금까지 영화에 출연했던 작품만도 ‘자매의 화원’‘김약국집 딸들’‘8240 K.L.O’‘말띠신부’‘서울이 좋다지만’ 등 3백여편. 이 가운데 최지희씨는 유현목감독의 ‘김약국집 딸들’과 데뷔작인 ‘아름다운 악녀’를 대표작으로 꼽았다.
“‘아름다운 악녀’는 필름이 없어 다시는 볼 수 없지만 저에게는 의미가 각별합니다. 이 영화를 통해 이강천감독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감독님은 저에게 영화배우로서의 자세와 사람됨을 가르쳐 주신 은인같은 분입니다.”
이강천감독은 다름아닌 지난 50년대 화려했던 전주영화사를 일궜던 전주출신 영화인. 전주에서의 영화작업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던 이감독은 충무로로 입성해 왕성한 작품활동에 나섰고, 당시 무명이었던 최지희씨를 발굴해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배우로 키워냈다.
그는 또 사업가로도 유명하다. 인기가 절정이었던 지난 73년 하길종감독의 ‘화분’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최지희씨는 사업가로 변신, 일본 도쿄로 건너가 퍼브클럽 지희네를 오픈한 뒤 ‘아카사키 타운’을 건립했는가 하면 지난 85년에는 국내최대의 유통회사였던 한남체인을 인수하기도 했다. 또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프레올림픽쇼를 기획해 브룩 쉴즈, 보브 호프, 실비 바르탕 등 세계적인 엔터테이너들을 한자리에 모으기도 했다. 이후에도 지희타운이라는 복합레저시설, 지희프로덕션, 지희네 음식점을 여는 등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
최근에는 (주)고려인삼공사를 설립해 군산과 진안 등에 김치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큰 눈에 서글서글한 인상과 함께 세월의 무게를 찾을 수가 없는 최씨는 “지금까지도 좋은 작품을 보면 피가 끓어오를 만큼 영화배우라는 직업을 잊지 않았다”면서 “전주국제영화제가 과거와 내일의 영화를 잇는 가교역할을 충실히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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