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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전경의 음악이야기] 음악 속의 악마(1)



 

인간의 의지력을 붕괴시키는 존재, 온갖 환상과 달콤한 유혹으로 사람들을 타락시키고 멸망하게 하는 존재, 바로 악마이다.

 

악마를 소재로 한 문학작품들이 흥미진진한 인기를 끌면서 음악에도 그의 역할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바하의 신성한 올겐 소리에 갇혀 있던 악마는 고전시대에 이르러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천하의 바람둥이 지오반니가 지옥의 불길로 떨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사용된 '악마의 합창')를 시작으로 그 출구가 열리면서 낭만주의란 바람을 타고 서서히 우리 곁에 다가왔다.

 

바람이 몹시 부는 밤, 어둠을 뚫고 사랑하는 아들을 꼭 껴안은 아버지가 말을 달리고 있다.

 

아버지-"아가야, 뭐가 그리 무섭니? 얼굴을 파묻고"

 

아들-"아빠, 저 마왕이 안 보이세요? 관을 쓰고 긴 옷을 입은 저 마왕이"

 

아버지-"아가야, 그건 단지 구름 모양을 한 안개란다."

 

악마-"귀여운 아가, 나와 같이 가자. 나하고 재미있게 놀자꾸나. 저기 예쁜 꽃들도 많이 피어있고, 우리 어머니는 많은 금빛 옷을 가지고 있단다."

 

아들-"아빠, 지금 마왕이 나를 붙잡아요. 날 괴롭혀요."

 

공포에 질린 아버지는 급히 말을 달린다.

 

신음하는 아이를 안고 지쳐서 집에 도착했을 땐, 사랑하는 아들은 죽어 있었다.

 

슈베르트가 18세이던 1815년 겨울. 괴테의 시 '마왕'을 몇 번인가 큰 소리로 읽고는 방을 정신없이 돌더니 그 자리에 앉아 종이에 적은 곡 [마왕]. 작품 번호 1번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음산한 셋잇단음표로 반복되는 피아노 소리가 말발굽의 불안한 질주를 암시하면서 아버지와 아들, 마왕과 나레이터의 대화로 이어지는 노래 [마왕].

 

악마 앞에서 힘없이 무너져 내리는 인간의 유약함을 드러내면서 낭만주의는 이렇게 악마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음악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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