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신갤러리가 올해 세번째 기획전으로 마련한 ‘스페이스 인 스페이스’. 그 공간속으로 들어가면 젊은 작가 세명이 펼치는 각기 다른 개성과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이현진(25·여)·조해준(30)·정광진(27)씨. 이들은 전시장에 영상과 설치물을 조합, 복합적인 시각을 보여주는 동시에 또 다른 공간을 통해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품은 이씨의 ‘버드나무’. 철망에서 아래로 축늘어진 수많은 리본끈, 프로젝트를 통해 그 위로 투사되는 버드나무 가지들 그리고 매미와 산새 등 자연의 소리가 어우러진 작품이다.
작품안으로 들어가면 살랑거리며 흔들리는 잎사귀와 매미소리에 초여름밤 더위가 싹 가시는 낭만적인 느낌과 휴식이 몸속 깊숙히 들어온다. 마치 흐르는 계곡물에 발담그고 시원한 수박 한조각 입에 무는 기분처럼.
다만 전시장 사정으로 리본을 움직이는 바람이 없어 이씨가 의도한 버드나무와 리본끈이 함께 흔들리는 ‘움직임의 이중성’을 볼 수 없는 것이 한가지 흠.
정씨의 작품은 톱니바퀴돌듯 반복적이고 일률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똑같은 크기와 색깔의 나무 상자들을 이용해 표현했다. 붕어빵 영상까지 등장시켜 인간복제를 질타하는 직설적인 실험작이라고나 할까.
설치와 퍼포먼스로 얼굴을 알린 조씨는 슬라이드로 드로잉 사진과 자연물을 겹치게 하거나 자연물에 직접 드로잉한 작품을 영상물로 제작했다. 자연과 인공요소의 결합을 통해 서로 다른 공간이 이질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조씨는 또 작가의 이름을 이용해 쿠키를 만들어 ‘우리 이름을 먹어라’는 작품을 통해 예술이 특별한 것이 아닌 ‘먹고 배설하는’일상적인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준 것도 이채롭다.
‘영상설치미술=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떠올리는 관람객들에겐 불만스러운 점도 있을 테지만 영상설치의 차가움에 자연과 인간을 담는 실험에 여념없는 젊은 작가들의 열정을 감상할 수 있는 이 전시회는 오는 9일까지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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