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물보라를 쏟아내는 계곡물과 나지막히 속삭이는 풀벌레 소리, 그리고 나무그늘 밑.
울창한 숲과 계곡에 둘러싸인 무주의 한 자연학습원. 장맛비를 몰아낸 여름 무더위가 기승하던 지난 주말 학습원은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으로 가득찬 ‘시인의 마을’로 변했다.
(사)민족문학작가회의 전북지회(회장 최동현)가 여는 여름시인학교의 마지막날인 22일 이른 아침. 학습원 입구의 나무밑에는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시인을 바라보는 남녀 중학생들이 10여명 모여 있다.
“변진섭의 노래가사 중에 ‘새들은 왜 날아나가’라는 말이 있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리고 현상과 느낌을 메모해야 합니다”. 까까머리 중학생이 알쏭달쏭한 지 고개를 갸우뚱하다 말이 이어지자 이내 집중한다. “이런 자리에서 사람을 만나는 체험이 가장 좋고 그렇지 않으면 책을 가까이 하는 것, 그 다음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도움이 돼죠”라며 체험을 구체적인 글로 옮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인의 조언이 이어진다.
바로 옆 그늘진 벤치에도 여자 4명이 연신 웃으며 대화에 빠져 있다. “여기 와서 시를 처음 써 봤어요. 시는 자연이라는 생각이 들대요. 자연을 닮은 마음만 가지면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라며 광주에서 온 세른네살 처녀 윤정애씨가 운을 뗀다.
그러자 대전시보 명예기자라는 김란씨(41)는 “강원과 충청에서 열렸던 시인학교도 가봤지만 이곳처럼 가족적인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어린 학생부터 성인들까지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우릴 흡족하게 했다”고 소회했다.
올해로 아홉번째를 맞는 전북민족작가회의의 여름시인학교가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무주군 안성면 자연학습원에서 열렸다. ‘아침 숲 저녁 길 밤 별’을 주제로 열린 이 자리는 일반 독자들이 시인과 소설가 동화작가 평론가들과 한자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창작과 문학에 관한 이야기 꽃을 피웠다. 70여명의 참가자중엔 세살 어린아이부터 일흔이 넘은 노인까지 참여, 가족적인 분위기로 더욱 뜻 깊은 자리가 됐다.
특히 안도현 등 인기시인을 만나기 위해 강원 태백이나 경남 진해 등 전국 각지에서도 찾았다. 태백의 한 초등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엄주명씨는 “안도현선생을 만나기 위해 여기까지 내려왔다”며 “책에서만 대하던 작가 얼굴을 직접 보니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기쁨을 표현했다.
참가자들은 담임작가로 참여한 최동현 이병천 김병용 박남준 김종필 등 도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인과 소설가 20여명과 함께 문향에 흠뻑 젖었다. 또 이들은 사흘동안 생명숲 탐사와 여름별자리 관찰, 칠연폭포 산책, 노래모임 ‘나팔꽃’의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끽했다.
이번 시인학교에는 소설가 마르시아스 심을 비롯해 시인 김선우·이정록씨 등 3명이 초청돼 각각 독창적인 자신만의 시세계와 작가정신을 참가자들에게 강론하며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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