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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일기] 학생들 무한한 가능성 있어




교단에 선지 겨우 12년, 이제야 학교에서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조금 알기 시작한다고나 할까, 그러한 제가 이런 글을 쓰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혹시나 주제넘은 얘기가 아니었는지 걱정이 앞섭니다. 또한 짧은 경력으로 무엇을 쓴다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교과활동이 아닌 특별활동 및 동아리 활동을 중심으로 한 올해의 일을 간단하게 정리해볼까 합니다.

 


 

올해에는 담임이 없다. 담임이 없다보니 시간적 여유가 많다. 왜냐하면 담임을 하면 학생들 신상파악을 위해 가정방문, 학급행사, 기타 여러 가지 잡무 등을 해야 하고, 또 방학이면 학생들과 야영을 떠나고 .....

 

하지만 올해 나의 시간을 붙잡고 있는 일이 있다. 올해 처음으로 방송부의 일을 맡았는데 그 중에서도 '영상동아리 활동'이 나의 삶의 상당부분을 채워주고 있다. 모든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처음엔 쉽지 않았다. 학기초 방송부를 맡기로 자원을 했다. 모두들 기피하는 업무중 하나인데 "내가 맡겠다"고 한 것은 무엇인가 변화를 하고 싶었다. 바로 새로운 모습의 방송부로 자리 매김을 하고 싶었다. 클럽활동의 부서로서, 조회 때 방송기기 설치 등의 그 정도의 일뿐이 아닌 새로운 모습의 활동 - 예를 들면 학생들의 심신수련을 위한 '음악 방송', 아름답고 깨끗한 환경의 학교를 만들기 위한 '캠페인 방송', 학교의 새로운 소식을 전하는 '뉴스 방송', 학생들 스스로 운영 해가는 '영상 동아리활동' 등 - 을 하고싶다는 의욕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다.

 

역시 첫 번째로 힘든 건 예산이었다. 기존의 방송시설로는 상당부분 어려움이 많이 따랐다. 다행스럽게 충족하게는 아니지만 그런 대로 시설을 하여 방송실의 환경조성을 했다.

 

둘째로 힘든 건 일부 선생님 및 학부모의 이해부족이다. 요즈음처럼 입시전쟁에 매달리는 학생들에게 방송부 및 동아리의 활동이 성적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또 점심시간의 음악방송은 요즘 신세대의 노래가 많이 흘러나오다 보니 일부에서는 학교가 소란스러워 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선생님들의 적극적 지원과 많은 학생들의 호응에 힘입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셋째로 가장 중요한 방송부 학생들의 노골적인 반항이었다. 한마디로 "예년까지 잘 했는데 왜 새로운걸 시작해 우리를 힘들게 해요?"라는 지적이다. 특히 학생들은 처음엔 거의 마지못해 일을 할 정도였으니까. 어려움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헤쳐나갈 수 있었다. 한 번, 두 번씩 방송을 거듭할수록 학생들은 스스로 만족감을 갖기 시작했고, 그래서 지금은 음악방송, 방송조회, 영상동아리 등 거의 대부분을 학생들 스스로가 훌륭히 잘 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3학년을 중심으로 한 영상 동아리활동은 5월말부터 시작하여 처음에는 매주 1회, 지금은 방학중인데도 불구하고 매주 2회 정도 모여 활동하고 있는데,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마지못해 하던 학생들이 이제는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스스로 즐거워한다. 그렇게 하다보니 대본, 콘티, 촬영 등 거의 모든 것을 학생들 스스로가 해내고 있으며, 현재는 마지막 단계인 편집만 남아있다. 이 영화는 9월에 있는 본교의 '솔내축제' 때 상영할 계획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학생들과 함께 계획한 일 중 아직도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 1-2주에 한번씩 '솔빛 뉴스', '캠페인 방송' 등이다. 다행인 것은 2학년이 중심이 되어 2학기에는 "꼭 해보겠다"고 하니 기대에 봄직도 하다.

 


 

1학기동안 방송부와 동아리를 꾸려오면서 느낀 점이라면 학생들은 무한한 가능성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우리 어른이 너무 성급하게 결과를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이다. 좀 더 믿고 기다리다 보면 건강한 모습의 미래가 펼쳐지리라 생각된다.

 

/솔빛중학교 교사 김재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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