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하라면 천방지축 좌충우돌이다.특히 주변의 눈치를 안보는 성격은 가끔 치명적인 손실을 주기도 한다.어릴 때 아버지는 잘못한 일을 꾸짖을 때 무릎을 끓고 고개를 숙인 자세를 제일 싫어하셨다.
무릎을 꿇고 앉으면 "편히 앉아라" 이르시곤 왜 잘못했는지를 꼬박꼬박 물으셨다.그땐 심정으론 몇대 맞거나 호통을 받고 말지추잡스럽게 변명을 늘어 놓는것도 같고 얼굴들기도 부끄럽고 해서
잘못의 이유를 캐 묻는 게 심한 고통이였다.
덕분에 나는 지금도 마음이 통한다 싶으면 아무리 높은 어른앞에서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내 생각을 주저없이 얘기한다.그런 나에게 결혼이란 제도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옷이였다.
우리나라에서의 결혼이라는 제도는 그저 막연하게 느꼈던 불합리한 관습이 현실화되는 것이고 그걸 감당할 힘이 나에겐 없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였다.
취재중에 만난 한 변호사는 평생 당신의 아내를 하우스 안의 하초처럼 곱고 곱게 보호했다고 얘기한다.가끔 사무실 형편이 어려워 속을 끓일 때에도 아내는 왕비처럼 모시고 자신은 기꺼이 세상의 풍파를 막아주는 방패역할을 했으며그래서 가끔은 외로웠노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데 그 말끝에 이번에 결혼하는 딸이 직장을 그만 둔다고 해서 극구 말렸다고 덧붙인다.꼭 나 같이 평생 소리없이 아내를 지키고 보호할것이라고 누가 장담하냐는 것이다.
자충우돌 천방지축인 나도 혼인을 했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남편은 나에게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여자로서의 전통적인 덕목을 강요한 적이 없다.다만 뜻을 같이한 동지로서 무엇 무엇 때문에 힘겹다고 하소연한다.
습관적으로 깔끔한 남편과 천성적으로 산만한 나의 간격을 메워주는건돈독한 동지애라고 나는 믿는다.가끔 사소한 말다툼으로 속이 상해 휙 돌아서다가도 뜻을 같이한 동지로서의 언약이 나를 부끄럽게 한다.
가을이다. 올해는 윤달 파동으로 특히 결혼식이 많은 가을이 될것이라고 한다.모든게 빠르게 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동지가 필요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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