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담아 둘 수 있겠는가?
山僧耽月色, 幷汲一甁中. 到寺有應覺, 甁傾月亦傾.
산승탐월색, 병급일병중. 도사유응각, 병경월역경.
산 속에 사는 스님,/ 달빛이 너무 탐나/ 물을 깃는 김에 달도 함께 담았네./ 절에 도착한 후엔 응당 깨닫겠지./ 물을 비우고 보니 달도 역시 비워져 버리는 것을.
고려 시대 유명한 시인인 이규보 선생의 〈 井中月(영정중월-우물 속의 달)〉시이다. 달이 아무리 탐난다 해도 병 속에 가두어 둘 수는 없는 일이다. 물을 쏟아 부어보면 달은 금새 사라지고 만다. 아니 병 속에 넣었다가 쏟아 볼 필요까지도 없다.
바가지에 담아만 봐도 안다. 처마 밑의 그늘 속으로 들어서면 바가지에 담겼던 달은 없어지고 물만 남는다. 달은 그저 하늘에 띄워 두고 다같이 볼일이다. 어디 가져 올 수 있는 일인가?
오늘도 산에 오르는 사람이 많다. 산에 가거든 풀 한 포기 돌 한 개 가져올 생각을 말자. 거기에 있는 그대로 놓아두고 다 함께 보도록 하자.
거기에 놓아두면 항상 너의 것이다. 수석이나 분재라는 이름으로 몰래몰래 캐올 일이 아니다. 한번 캐오고 나면 떠가지고 온 물 속의 달이 사라지듯이 그것은 언젠가 사라지고 만다.
팔월 대보름! 밝은 달을 보며 이 세상은 혼자서 사는 세상이 아니라 다같이 사는 세상임을 다시 한번 상기하자.
僧:중 승 耽: 아낄 탐 汲: 길을 급 甁: 병 병 應: 응당 응 覺: 깨달을 각 傾: 기울일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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