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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과 사람들] CBS전북방송 기술국 최춘우 차장

 



흰눈 내리는 겨울을 알리는 12월의 첫 날이자 포근한 햇살 속으로 찬바람이 숨어버린 토요일 오후. 직장인 대부분은 퇴근해 가족과 함께 나들이 준비하거나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있을 시각이지만 여전히 손에서 일을 놓지 않고 열심히 땀흘리는 사람들도 있다.

 

CBS전북방송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는 최춘우 차장(39)도 그들중 한명이다. 오후 3시 30분께 CBS전북방송 주조정실로 들어섰을 때 최차장은 지역광고와 중앙방송을 연결하는 손놀림으로 분주했다.

 

“별로 이야기 할 것도 없는데 이렇게 취재를 나오시다니….”전날 취재약속을 해놓고도 여전히 쑥쓰러운 듯 어색한 웃음을 짓는 최차장의 모습은 영락없는 이웃집 아저씨다. 인기리에 방영됐던 ‘한지붕 세가족’의 순돌아빠처럼.

 

최차장은 원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89년 9월 입사한 12년차 방송엔지니어다. 당초 대학졸업후 개인사업을 시작하려 했던 그에게 우연찮게 기독교방송 모집광고가 눈에 띄였고 입사시험을 ‘그냥’치른게 덜컥 합격해 지금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 최차장의 설명이다.

 

“초등학생때부터 신앙을 갖고 있었지만 직업까지 기독교계에서 가질 줄 몰랐습니다. 하나님이 제게 준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어요”

 

현재 기술국내에는 기술국장을 비롯해 6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오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매일 20시간씩 막힘없는(?) 방송을 위한 기술지원이 이들의 역할이다. 또 익산방송국 방송장비 관리와 모악산송신소 시설 점검도 이들의 몫. 따라서 국장을 빼고는 방송일선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쉬는 날이 거의 없다. 야근한 다음날도 쉬어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하고 국장과 함께 2일1조를 이뤄 모악산송신소로 향한단다.

 

“명절때 서울에 계신 아버지를 한번도 찾아뵙지 못했어요. 남들 쉬는 토·일요일에 근무하기 때문에 친구모임도 어쩔 수 없이 빠지고 말았어요”

 

엔지니어 일하기도 바쁜 최차장은 컴퓨터문제로 고민하는 직장동료들의 ‘SOS’단 한번도 거절하지 않을 정도로 ‘순둥이 컴박사’다. 회사 홈페이지 제작은 물론 LAN망 구축까지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최근에는 정예현 아나운서의 홈페이지까지 제작해 줄 정도로 컴퓨터에 관한한 ‘달인’칭호가 어색하지 않다.

 

신앙심이 두텁고 동료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최차장에게도 어려운 고비가 있었다. 99년 노조위원장을 있을 때다. 사장퇴진운동을 벌이던 중 노조 집행부가 집단해고 당했단다. 주변에서는 ‘노조를 탈퇴하면 복직된다’고 그를 설득했지만 최차장은 혼자 살기 위해 전체의 이익을 버릴 수 없어서 그대로 버텼다. 회사에서 잘리고(?) 나니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한데다 아들 둘까지 풀이 죽어 고개를 들 수 없었단다. 그러다 노사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면서 한달만에 복직했다.

 

그래도 파업기간 동안 아침 뉴스시간대에 ‘FM방송을 위한 익산-전주교계에 드리는 성명’을 발표한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단다. 당시 FM방송 시설을 갖추고도 익산과 전주교계의 대립으로 1년간 방송을 못하고 있을 때였다는 것이 최차장의 설명.

 

해고와 파업을 아픔을 겪었던 최차장은 지난해말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장기간 파업동안 ‘기술직 등 필수요원은 근무지를 이탈할 수 없다’는 규약때문에 참여하지 못해 가슴아팠다고 했다. 그래도 쉬는 날 서울에 올라가 동료들을 위로하고 월급을 받지 못해 생활이 어려운 후배에게 도움을 주는 등 따뜻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고 한다.

 

최차장은 엔지니어가 단순히 방송만 믹싱하는 오디오맨으로 불려지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지금도 방송기술 분야 신기술이 개발되면 관련분야 책을 사다가 섭렵한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방송인이 되기 싫어서다.

 

“요즘은 집에서도 혼자 방송할 수 있는 시댑니다. 우리같은 전문 방송인들은 더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맙니다. 전문프로그램은 물론 송신기술, 위성방송에 이르기까지 모두 공부해요”

 

최차장은 방송사고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30분 단위로 나가는 지역 광고는 물론 지역 프로그램과 중앙 방송을 매끄럽게 연결하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요하단다.

 

“입사 초기 정신을 팔고 있다 프로그램을 교체해야할 시간을 놓친 적도 있어요. 경위서라는 것을 처음 써봤어요. 지금은 숙달되서 그런지 그런 실수는 없어요”

 

인터뷰 중간 중간에도 “잠깐만요”를 외치며 방송 믹싱에 열중한 최차장은 가끔 방송 전명에 나오는 아나운서나 기자, PD가 부러울 때도 있지만 방송을 안방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기술직에 만족한다고 소개했다.

 

“기술직이나 기자, PD들 나름대로 따로 있어요. 각자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때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다고 봅니다”

 

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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