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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학교] 교사일기 - 나 보다 아름다웠던 우리반 아이들에게

 



3-1 아이들아,

 

3월의 낯설음이 조금 익숙해졌나 보다 했는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가고 우리는 그야말로 '대망의 2002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너희들과도 이제 졸업의 헤어짐에 서 있구나. 지나온 시간들이 너희에겐 즐겁고 보람된 시간들이었는지…….

 

아니, 그렇게 말하기엔 우리 중3의 운명이 진학을 위한 부단한 준비와 인내의 시간이 아니었나 모르겠다. 얼마나 꿈이 많을 나이이고, 얼마나 발랄하고 씩씩하고 마음씨 고운 아이들인데, 정말 욕심껏 사랑과 정성을 쏟지 못했음이 내내 마음이 아프다.

 

그래도 생각해 보니 추억이 많다. 하나 하나의 추억들이 우리 몫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열심히 살아왔다는 얘기도 될거다. 3월의 첫 만남에서 우린 '만남' 노래를 부르고 악수를 하고 1번 한별부터 39번 준승까지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졸업을 하자고 39번의 박수도 쳤다.

 

이제 우리 반 39명이 그 약속을 잘 지켜주어 고맙다. '서로 사랑하며 스스로 행동하자'는 급훈을 짓고 출발하여 지금은 '네가 나보다 아름다운 이유'라는 학급 문집과 디지털 학급 앨범에 우리의 추억들을 담고 있구나.

 

학급노래도 풍성해서 한별의 '초록빛 3-1', 민수의 '3-1은 아무나 되나', 종진의 '3-1은 우리 반' 등이 당당히 뽑혀 사랑을 받았고, 민수의 '한다 구호', 지훈의 '최고 구호', 유찬의 '아싸 구호' 도 우리에게 청량제가 되었지.

 

성황리에 개최된 도전 골든벨, 축구로 하나가 된 단합대회, 겨울 졸업여행, 아 참, 함께 비빔밥을 비벼먹던 즐거움을 잊지 않았겠지? 기대에 가득차 4교시가 얼른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끝종과 함께 맛있게 "비벼, 비벼" 하며 과식하던 너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순식간에 없어지던 한 바가지의 밥과 얼굴 여기저기 붙은 행복한 밥풀이여, 그 날 그 점심시간의 흥성거림을 우린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3-1 아이들아,

 

우리가 1년 동안 재미있게 살아온 생활 속에는 항상 조그만 진리 같은 것이 숨어 있단다. 함께 한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즐거우며 열심히 산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를. 몸과 지식과 더불어 생각도 성숙해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라. 내가 너희들과 함께 하면서 좋은 점들을 보았다.

 

너희들의 건강함, 정직함, 창의성, 공부에 대한 가능성 등 하지만 아쉬운 점은 '생(生)에 대한 진지한 자세'란다. 너희가 아직 어린 나이이긴 하지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는 어떤 어른이 될지 구체적이진 못해도 뭔가 물음표를 하고 해답을 구해 보려는 진지한 시간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보다도 너희들이 바른 인성과 인간애를 가진 사람이 되길 바라고, 삶을 소중히 여기며 목표를 갖고 진지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우리 희망들에겐 지금 '체험과 인식'의 소중한 기회가 중요하며 우리 3-1에서의 모든 경험이 보이지 않는 자양분이 되면 좋겠다.

 

"희망은 희망을 가질 때만 희망이다.'라고 어떤 시인은 말했단다. 진정 내 가슴 속에 내 생활 속에 반짝 반짝 빛나는 희망 말이다. 나는 너희들이 그 동안 우리가 함께 한 생활의 소중한 의미를 바탕으로 슬기롭고 힘차게 미래를 포옹하는 '살아있는 희망의 씨앗'들이 되길 바란다.

 

그리하여 때가 되면 민들레 홀씨처럼 사회 곳곳으로 퍼져나가 희망의 꽃을 아름답게 피워 주길 기대한다. 나의 희망들아, 우리 그런 날을 만들어 가자. 희망의 꽃으로 가득할 그 날을 기대하며 우리 함께 말이다.

 

/ 한옥경 (이리북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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