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나 대형 공연장에서나 열릴 법한 영화제가 도심의 조그마한 갤러리에서 열린다.
갤러리에서 영화가 상영되는 일이 이제는 새로운 일이 아니지만 영화제의 틀을 갖춘 행사가 갤러리 공간에서 열리는 것은 새롭다.
관심을 모으는 이 영화제는 3월 14일부터 16일까지 서신갤러리에서 열리는 ‘골방 Art Films 영상제 2002’.
올해 처음 선보이는 이 영상제는 우리가 흔히 접하고 느끼는 영화, 이야기로서의 극영화나 헐리우드의 영향으로 산업적 측면이 강조되어 오락과 흥미 위주의 영상산업과는 다른 관점에서 출발한다.
‘영상 속의 미술’이 아닌 ‘미술 속의 영상’을 만들고, 보다 다양한 영상세계를 선보여 젊은 작가들과 학생들에게 새로운 창작열기를 불어넣어 영상예술 표현의 자율성과 실험정신을 이끌어내는 의미를 갖고 있다.
상영방식도 일반 극장 구조 방식이 아닌 포럼 또는 워크샵 형태로 자유롭고 열린 분위기에서 대화가 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 상영자와 관객·영사기 등 영화를 보는 공간 자체가 설치미술이 되게 하는 영상축제를 지향하고 있다. 영화이면서도 극장이 아닌 화랑에서 상영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영상제는 유대수씨(판화가, 전북문화개혁회의 사무처장)와 전북대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영상을 공부하고 있는 정상용씨가 기획했다. 프로그래머 역할은 정씨가 도맡았다. 정씨는 국제적으로 잘알려졌지만 국내에는 소개되지 않은 일본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작품을 선정했다.
전주산조예술제 오종근사무국장과 서신갤러리 큐레이터인 구혜경씨도 음향과 진행을 담당하며 영상제를 함께 만든다. 이들은 조만간 영상제 조직위를 구성하고 골방영상제를 정례활 할 계획이다.
이번 영상제의 큰 줄기는 ‘실험영화’와 ‘아트애니메이션’.
‘실험영화’에서는 일본의 실험적 작가들이 90년대 후반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제작한 작품들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선보인다. 사건으로서의 줄거리를 이야기하는 극영화가 아닌, 영화가 촬영되어진 시간과 상영되는 시간이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88년 이미지포럼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미야자키 준 감독의 ‘타임스케이프(TIMESCAPE)’를 비롯해 이시다 다카시 감독의 ‘부실/형태’, 그리고 아지스 자카르 감독의 ‘Aziz Shakhar, Looking for a Job’등 6편이 상영된다. 대부분 16mm 필름으로 제작된 작품들로 현실의 시간체험과는 전적으로 다른 ‘영화적 시간의 창조’를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아트애니메이션’ 부문에서는 케이지 아이우치 감독이 92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회화 ‘수태고지’를 모티프로 만든 ‘마리나 마리나 마리나’와 가공한 연속 사진을 콤마 단위로 재촬영해서 제작한 니시누라 토모히로감독의 ‘푸른 난간이 있는 돌층계’등 회화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일본 애니메이션 6편을 선보인다.
일본의 아사가야미술전문학교나 교토예술단기대학 등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작품도 10여편 상영된다.
유대수씨는 “이번 영상제는 젊은 작가들과 학생들이 필름 포맷이 지니는 새로운 창작열에 빠져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며 “국내 작가들의 실험적 영상작업들을 일본에서 상영하는 등 장기적인 한일 교류전 형태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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