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정유재란’을 둘러싼 저작권 침해 논란이 법정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본보 2001년 9월 19·20일 사회면)
연극 ‘정유재란’은 지난해 남원연극협회와 극단 둥지가 전북도 무대공연예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작품으로 정모씨가 희곡을 쓰고 배모씨가 연출해 9월 25일과 26일 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 공연됐다.
이과정에서 지난 86년 장막극 ‘만인의총’을 집필한 작가 노경식씨가 “정유재란은 극구성의 전체적인 구도와 양식, 인물 설정 등이 만인의총과 비슷하다. 모작이나 도용, 표절의혹이 짙다”는 글을 남원시청과 전북도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 표절시비가 불거졌다.
노씨는 11월 초 정씨와 배씨, 정모씨(남원연극협회 지부장), 그리고 김모씨(극단 둥지 대표) 등을 상대로 문화관광부 산하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조정부장 송기방)에 ‘희곡 만인의총의 복제에 따른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세차례의 중재에 나선 심의조정위는 지난 6일 “정유재란에는 만인의총이 부분적으로 변경·복제되어 있고 노씨의 저작권을 일정한 범위에서 침해하고 있는 것을 보여진다”는 조정권고안을 냈다.
심의조정위는 이와함께 재산적 손해배상액 1백만원과 정신적 피해위자료 50만원 등 1백50만원에 합의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희곡작가 정씨 등 4명은 조정위에 한차례만 출석, 표절여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뒤 2·3차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아 심의조정위는 ‘불성립’결정을 내렸다. 심의조정위의 결정은 중재 성격을 띨 뿐 강제권이나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이에 따라 노씨는 조만간 심의조정위의 조정권고안을 바탕으로 정씨 등을 저작권법 위반죄로 남원지청에 형사고소할 방침이다.
이와관련 희곡작가 정씨는 “노씨가 주장한 대본은 지난해 사업지원 신청을 위한 미완성 대본이었고 이후 무대에 올려지기까지 여러차례 수정 보완했으므로 저작권 침해 여부는 작가의 손을 떠나 완성된 공연대본을 놓고 가려야 한다”며 법적 대응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정씨는 또 노씨가 ‘정유재란’ 표절시비를 인터넷을 통해 여론화하고 자신을 ‘사기꾼’으로 몰아세우는 등 명예훼손을 했다며 이에 대한 소송을 준비중이다.
연출가 배씨도 “표절 시비는 기본적으로 작가끼리의 문제이지 연출자하고는 아무 관계가 없는데 왜 연대책임을 물어야 하는 지 모르겠다”며 “노씨가 인터넷을 통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점에 대해 고소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문화계에서는 이번 정유재란을 둘러싼 표절시비가 법정싸움으로 확산되기 전에 잘 마무리될 수 있었던 일이라고 지적한다. 표절 시비를 제기한 노씨나 정씨 등 관계자들이 남연연극계의 선후배 사이인데다 문제 발생당시 대화로 사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었지만 결국은 갈등의 골이 깊어진 채 감정싸움으로 번져 오늘에 이르게되었다는 것이다.
뜻있는 지역문화예술인들은 “문화예술분야의 저작권 침해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그런점에서도 이제 문화예술인들이 평소 저작권법에 대한 사전지식을 쌓고 기존 작품에 대한 창작성을 서로 존중하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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