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내용 뿐아니라 소리에도 촉수를 기대어 놓는 그의 시조집이 선보이고 있다. ‘산이 와서 새소리 놓고 가네’. (태학사)
그가 엄격하게 들이대는 율격은 이번 작품집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낭송하듯 읽다 보면 시조 본래의 음성적 아름다움에 폭 빠지는 그의 시조세계는 모악산에서 출발한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모악산은 한 가족의 울타리를 넘어 이 지역에 오랜 세월동안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을 보듬는 어머니이자 수호신으로 그려진다.
그리고 그의 시조는 모악산을 중심으로 세상밖을 향해 동심원처럼 퍼진다. 빈 집이 늘고 기왓장은 부서지는 ‘겨울 농가’는 농촌의 비극적 현실을, 다방과 디스코장을 굴러다는 사과를 풍자한 ‘종로’는 도시의 현실을 아우르고 있다.
그는 또 시야를 넓혀 국토와 겨례의 분단을 걱정한다. ‘압록강’등에서는 분단의 극복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드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그는 시조세계의 소재 확장을 통해 시조가 가진 형식적 제약을 넘나든다. 그의 다양한 주체 찾기는 전통의 창조적 계승에 다름 아니다.
전통적이면서 자유시가 가진 서정성을 동시에 지닌 그의 시조를 소리내 읽으며 산과 사람이야기에 빠져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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