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뿔 위, 부싯돌 불의 순간
蝸牛角上爭何事, 石火光中寄此身.
와우각상쟁하사, 석화광중기차신.
달팽이 뿔 위에서 무얼 그리 다투시나? 부싯돌 불빛처럼 짧은 시간에 이 몸을 맡긴 처지이면서.
당나라 때의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쓴〈대주(對酒:술을 대하고서)〉라는 시의 처음 두 구절이다.
사람살이가 다 그런 것 같다. 사활을 걸고 싸우는 일도 따지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달팽이의 뿔만큼이나 좁은 '이익'이라는 바닥 위에서 서로 그 이익의 바닥을 넓게 차지하려고 싸우고 있는 것이다.
백년도 다 채우지 못하는 인생, 우주와 자연이 지내온 억겁의 세월이 비하면 부싯돌이 반짝 하는 순간만큼이나 짧은 시간이다. 그렇게 짧은 생을 살면서 우리는 서로 아옹다옹 다투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러한가? 바로 사람이라서 그렇다. 사람은 본래 그렇게 다투면서 살게 되어 있는 존재인가 보다. 다투는 것이 이미 사람의 본능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둘만 모이면 다른 사람의 흉을 보고, 그렇게 흉을 보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만나면 또 전에 만났던 그 사람을 흉보고.... 그렇다가 또 서로 다투고....
내가 딛고 있는 땅이 넓다고 생각하고 내가 사는 삶이 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다투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자. 내가 챙기고 내가 가져야 할 것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내가 사는 기간이 그렇게 긴 것도 아니다.
내가 가질 수 있는 것은 달팽이 뿔만큼이나 작은 공간, 그 위에 서서 부싯돌의 불빛처럼 반짝하는 시간을 사는 게 인생이다. 다시 무얼 다투어야 하겠는가?
蝸:달팽이 와 牛:소 우 '蝸牛'는 달팽이를 말함. 角:뿔 각 爭:다툴 쟁 寄:부칠 기 此:이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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