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3년 연륜으로 보자면 버거울만큼 많은 작업을 했지요.”
기업이미지통합(CI) 전문업계에서 주목받는 젊은 일꾼 김병철씨(33)는 기획사 컨티뉴(CONTINEW)의 실질적인 대표. 회사에서 그의 직함은 실장이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 서울의 디자인회사에 근무하다 전주로 다시 내려온 것이 지난
98년.
“제 손으로 전주의 디자인문화를 고급화하고 싶었고 살아있는 아이디어가 담긴 작품으로 전주의 문화적 정서의 한편을 가꾸고 싶었습니다.”
지역에서 디자인문화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보겠다는 의욕은 그렇게 시작됐다.
CI(Corporate Identity)는 기업 등 조직이나 제품의 이미지를 시각·감각적으로 체계화시켜 차별적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
“단순한 아이덴티티 차원이 아니라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기업이나 공공단체가 갖고 있는 이미지를 좀더 창조적이고 시각적으로 단일화 한 것이지요.”
김실장은 CI를 추상적인 상징물이 아니라 ‘눈으로 확인 할 수 있는 개성있는 시각언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별도의 예산을 들여야 가능한 CI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은 많지 않았다.
우선 CI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 활용을 확대시켜나가는 일이 필요했다. 디자인의 영역이 생활속으로 들어온지 이미 오래지만 실제 디자인에 대한 인식은 예상보다도 훨씬 척박했기 때문이다. 직접 기획사를 차리고 나선 것도 그 이유다.
김대표는 오랜친구이자 현재 디자인 실장을 맡고 있는 동갑내기 파트너 이용성씨(33)와 의기투합해 동업의 틀을 꾸렸다.
백제대 편집디자인과를 졸업한 이 실장은 매킨토시학원이 전북에 처음 생겼을 때 강사를 했을 정도로 출판디자인에 빼어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들은 20대초반 화실에서 만난 막역지우. 99년 2월, 창업을 결심한 이들은 거금(?) 오백만원씩 투자했다. 사무실을 겨우 빌어 컴퓨터 두 대 마련한 것이 창업의 전부였다.
그런중에서도 순창군, 대한약리학회, 인터넷 국악방송 등의 CIP 제작과 전북대학교, (주)신원, (주)나산, 동원산업 등 많은 업체의 CIP 제작물이 이들의 손을 거쳐갔다.
지난해까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보여준 다양한 캐릭터와 디자인 홍보물도 컨티뉴의 대표적인 작품들. 작품 하나에 보통 6개월씩 걸리는 CI작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들이 3년동안 얼마나 바쁘게 일했을것인가를 짐작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현재 컨티뉴의 식구는 다섯명. 창업멤버인 김실장과 이실장, 그리고 최근 ‘삼고초려해서 모셔왔다’는 홍기선씨(33)와 김선미(28) 조덕숙(22)씨가 그들이다.
모두들 베터랑 디자이너. 홍씨는 10년 넘게 디자인을 해온 디자인업계 고참. 지역의 특성을 담아내는 작업에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다섯명 식구들이 꾸려내는 컨티뉴는 여전히 재정적으로는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일에 대한 열정, 자신감은 대단하다.
“디자인은 손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과 서로에 대한 배려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디자이너 스스로 떳떳할 수 있어야 하죠.”
단 하나만 선택되는 심볼마크를 위해서도 수백개의 후보군을 준비하는 컨티뉴는 “전주에서도 충분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 서울 업체에만 의존하려는”는 문화적 사대주의를 가장 안타까워한다.
컨티뉴가 모든 작업의 견적서에 디자인 기획비를 별도로 청구하는 까닭도 이러한 안타까움과 무관하지 않다.
“가격을 낮추는데에만 마음을 두는 풍토에서 디자인 기획비를 책정하는 일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를 알지만 일종의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몇일밤을 새은 결과물이라해도 ‘소주 한잔’으로 해결되기 일쑤지만 디자인기획비 투쟁(?)을 김실장은 스스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일이라고 했다.
김실장은 지금 또다른 작업을 구상중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해외업체들과 업무교류를 통해 무대를 넓혀나가는 것도 그중 하나다. 전주라는 지역공간에서 만들어지는 디자인으로 전세계인들이 감동할만한 문화상품을 선보이는 것이 이들의 야심찬 목표다.
컨티뉴는 ‘CONTINUE’와 ‘NEW’, 두 단어를 합성해 만들었다. 색다른 발상과 시도로 언제나 새롭고 차별화된 싱싱한(?) 작품을 보이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지역의 디자인 문화를 한층 높이고 이미지를 고급화하기 위한 끊임없는 분석과 창조.
회사운영부터 디자인 실무, 외부영업, 거기에 벽성대, 전주공업대에서 디자인론을 가르치는 일까지를 꼼꼼히 챙겨내는 김실장과 컨티뉴 대원들의 신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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