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섬옥수 고운 물에 ‘진’심을 가득 담아 ‘강’물처럼 살아가려는 이들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장구목에 이르는 길은 천가지 만가지 표정을 담은 바위들이 물위로 드러나 장관을 이룬다. 수만년 물기운에 씻긴 바위들은 온화한 자태를 간직하고 있었다.
그것은 세월의 흐름을 담은 지난 바위였고, 변화와 생성을 거듭해 나가야 하는 앞으로의 바위였으며, 박힌 자리에서 흐르고 출렁거리는 지금의 바위다.
봄은 봄비로 익어간다. 처음엔 차갑고 그 다음엔 점점 따뜻해진다. 그러다 보면 촉촉한 느낌만 남는다. 나무는 그 촉촉함으로 목을 적셔 켜켜이 싱싱한 물이 오르고 태양을 향해 발돋움하는 떡잎도 힘이 생긴다.
기상대 예보는 늦은 저녁까지 폭우가 쏟아진다고 했다. 천둥번개에 산짐승이 움찔하고 4월 봄날이지만 난방지수를 높여야 한다고도 했다. 이 비에 섬진강문화축제를 잠시 미룬다해도 누구하나 흉볼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알음알음 확인한 이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비 내린다고 섬진강댐 건설을 안 한다고 허드냐?”
두 번째 섬진강문화축제가 한창인 섬진강 상류 장구목 일대는 폭우에도 그리 질척거리지 않았다. 트럭 두 대에 천막을 씌운 무대와 온통 비옷을 걸쳐 입은 출연자와 객석, 이 정도 비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은 ‘겁나게’ 많았다.
서울, 대전, 대구, 광주, 부산, 순천… 곳곳에서 ‘저무는 섬진강 따라가며’ 보려는 사람들. 모두들 그저 질퍽하니 앉아 ‘봄이 오는 섬진강, 섬진강은 흐르고 싶다’는 물살이 시키는 대로 웃음과 진지함을 머금고 있었다.
강가 바위 틈틈이 깊이 박혀드는 떠돌이 음유시인 한치영씨와 아들 태주군의 오카리나 연주의 아련한 음색이 이 곡의 서정성을 증폭시키면 이어 ‘청보리 사랑’의 노래공연, 예술집단 ‘오름’의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동안 시인 김용택, 안도현, 박남준은 무대 곳곳을 기웃하며 반가운 이들과 눈을 맞춘다. 가수 김원중은 오랜만에 ‘바위섬’을 부르며 장구목 듬성한 댓돌에 힘을 주고 김현성과 이지상도 자신의 노래로 한껏 흥을 더한다.
예정에도 없던 노래 ‘딱새’가 섬진강 아이들 창우·동우의 음성으로 불려지고 ‘아빠가 농사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달라’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천년만년 후손들이 섬진강의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게 해달라’는 김나무군(동계초등6년)과 양수연양(동계초등6년)의 시낭송이나 여성농민회의 ‘섬진강 삼행시 짓기’는 참여한 이들 모두에게 반가운 메시지를 전했다.
무대뒤편은 아이들 차지. 아이들도 봄비를 맞으며 봄을 즐긴다. 모처럼 마실나온 아이들은 오망졸망한 손으로 흙탕물을 첨벙거리면서도 연신 웃어댄다. 공연은 나몰라라 하고 또래들과 물수제비뜨기에 온통 정신이 빠져 돌멩이가 수면으로 날아가듯 튕겨 가는 모습에 신기해한다.
비는 모처럼 흠씬 내렸지만, 그 비에 장구목 오강바위 근처에 자운영도 지천으로 피어났지만, 이곳 사람들의 갈증은 채 풀리지 않았다. 가슴 저 밑바닥에서 울컥거리는 생명의 뜨거운 소리를 크게 내지르기도 했지만, 때론 슬그머니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이들이 말하는 섬진강댐 반대의 목소리는 아직도 더 많은 울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섬진강을 지키는 일이 이젠 남의 일 같지 않다. 최소한 섬진강가에서 그들의 울림을 들었던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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