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한 웃음, 숨결도 헹군 자리
하이얀 의상을 하고
살풀이 장단에 맞추는 몸놀림인가
오른팔에서 왼팔로 옮아가는
기나긴 수건 한 자락이
사뿐히 감겨도는 춤가락이여…’
(이기반 시인의 ‘인간문화재 최선 무용가를 기리며’中에서)
인간의 한을 정·중·동(靜中動)의 춤사위로 풀어내는 호남살풀이춤의 대가 최선씨(68·도무형문화재 15호)가 일흔에 가까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창작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반백년 넘게 자신의 춤사위를 지켜오며 후진을 길러온 그는 올해 들어 전주와 서울, 미국을 오가며 호남살풀이춤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94년 춤인생 50년을 정리하는 춤공연을 가졌던 그가 춤인생 60년을 향한 발걸음에 힘을 보태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무속 무용 ‘신의 계시’와 호남 살풀이춤을 선보였던 그는 이달초 전주에서 ‘기나긴 수건 한자락에 삶을 실어’를 주제로 평생 닦아온 민속무용의 정수를 선보였다.
특히 이달 중순 미국에서 연 무대는 교포는 물론 현지인들에게 격찬을 이끌어내며 한국의 전통문화를 세계에 알렸다. 지난 17일과 19일 시카고에서 열린 스코키 문화축제에 초청된 그는 제자들과 함께 호남살풀이춤을 비롯해 장구춤, 부채춤 등을 선보이며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로부터 ‘원더풀’을 연발케 했다. 스코키 문화축제는 민속무용 페스티벌로 12회를 맞은 올해에는 전세계 49개국이 참가했다.
“춤판에 있을 때 살아 있음을 느낀다”는 그는 6월 3일 또 무대에 오른다. 익산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2002월드컵 기념 초청 명무전’. 그에게 춤을 배운 이길주(원광대 교수) 고선아(태평무 이수자), 채상묵(명지대 교수)씨를 비롯해 제자의 제자들까지 함께 무대에 오른다. 그는 물 흐르듯 유유히 넘실거리는 자태와 하얀 명주수건을 흩뿌리며 시들지 않은 자신의 춤사위를 선보인다.
“무대에서 춤을 추다 죽으면 행복하지요.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어도 춤추는 열정과 창작정신만은 잃지 않을 겁니다.”
춤과 자신을 아껴주는 관객들이 있었기에 원숙한 예술세계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는 그는 한국무용협회 전북지부 상임고문을 맡고 있으며 전북대와 원광대 무용학과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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