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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오지탐사 떠나는 대학생 5인방

 

 

전북대 산악부원인 성남주씨(22·과학학과 2년)는 난생 처음 외국을 나간다. 여름방학을 맞아 떠나는 배낭여행이나 단기 어학연수가 아니다. 전문 산악인도 가기 힘들다는 오지를 찾아간다. 인도 가르왈 히말라야 강고트리.

 

“빙하로 덮힌 고산지대예요. 수개월 동안 등산과 달리기로 체력단련을 해왔지만 걱정이 앞서고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오지탐험을 해보겠어요.”

 

여린 손을 불끈 쥐며 자신감을 보이는 남주씨는 요즘 동상연고와 안연고, 바세린 등을 챙기고 있다. 탐사기간 동안 동료들의 건강과 의료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무더위에 나른해지기 쉬운 여름, 큼직한 배낭에 도전정신을 가득 넣고 오지탐사를 떠나는 ‘젊은 그들’이 있다. 남주씨를 비롯해 전한알(22·전북대 화학 3년) 성혜경(24·원광대 건축 3년) 이병철(25·원광대 토목 3년) 김홍진(25·전북대 정밀기계 3년)씨 등 5명.

 

19일부터 20여일간 세계의 오지를 찾아 떠나는 한국 청소년 오지탐사대의 일원들이다. 4월 심사를 통해 선발된 대원 71명중 전북지역 대학생은 이들이 전부다.

 

이들이 가는 오지는 페루의 안데스와 티벳 구게, 중국 천산, 시베리아 알타이, 인도 가리왈 히말라야 등 모두 5곳. 최하 4500m의 고산지대인데다 곳곳에 빙하까지 포진, 쉽게 여길만한 코스는 없다.

 

온갖 악조건이 널려있는 오지에서는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소홀한 부분이 속출하는 법. 이들은 고도 적응훈련부터 고산병 예방까지 오지탐사를 위한 훈련을 4월부터 착실하게 준비하고 있다.

 

대원들이 전국 각지에서 흩어져 있는 만큼 전라·경상·대전·서울 등 지역을 순회하며 만나거나 충주에 거점을 마련해 놓고 암벽타기 등 통합훈련을 지속한다. 수차례의 만남을 통해 팀워크를 다져야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훨씬 수월해진다.

 

“전국에서 모인 대원들인지라 말투가 다 달라요. 전화 통화를 하면 절반만 알아들을 정도예요. 하지만 오지탐사라는 목표로 모여 연습하다 보니 이젠 한식구가 됐어요.”

 

사투리 때문에 훈련 도중 애를 먹는 경우도 생긴다는 혜경씨는 티벳 구게로 떠난다. 유럽이나 미국 등은 나중에 얼마든지 기회가 있지만 오지탐험은 평생 한 번 올까말까한 기회라는 혜경씨는 촬영을 담당한 만큼 티벳에서 접하게 되는 그곳의 생활과 문화를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고산병을 예방하는 훈련방법도 가지가지다. 우황청심환은 기본이고 목욕탕서 잠수하기, 찜질방 가서 오래 참기 등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나이가 적을수록 고산병에 쉽게 걸려요. 가장 좋은 방법은 산행을 많이 하고 짧은 시간안에 정상까지 주파하는 훈련을 거듭해야 한다”는 한알씨. 전북대 산악회가 아니었으면 이런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라는 한알씨는 탐사기간 내내 펜을 놓지 않을 작정이다. 페루 안데스산맥을 오가며 보고 느낀 점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록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오지탐사에 드는 비용은 만만찮다. 문화관광부가 후원하지만 1인당 1백만원을 내야한다. 명색이 오지탐험인데 부모님께 손을 벌릴 수도 없는 일. 중국 천산으로 떠나는 병철씨는 그래서 훈련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돈 벌랴, 매주 산악훈련 참가하랴 피곤하죠. 오지여행은 대학생이라면 꿈꿀 수 있는 환상이잖아요. 벌써부터 중국 천산의 품이 그리워요.”

 

병철씨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이상조 전북산악연맹 부회장(전북대 미술대학 교수)이 동행, 한결 안심된단다.

 

히말라야를 찾는 홍진씨는 “오지탐사는 단순한 배낭여행 차원을 넘어 목표를 두고 이뤄지기 때문에 그곳의 문화와 환경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고 말한다.

 

유럽쪽으로 향하는 배낭여행족들도 위험에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 이번 탐사는 오지지만 산악전문가들이 동행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홍진씨는 덧붙였다.

 

수개월째 반복되는 산악훈련으로 얼굴이 검게 그을린 이들의 얼굴에는 벌써 고산지대의 숲과 암벽, 그리고 눈밭을 헤쳐나가는 기쁨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20여일의 탐사를 통해 한 뼘 더 자랄 성장의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있었다.

 

한국 청소년 오지탐사는…

 

대학산악연맹이 주최하고 문화광광부가 협찬하는 행사로 올해가 두번째다. 청소년들이 오지를 탐사하는 과정에서 일상과 전혀 다른 세계를 체험, 도전정신을 기를 수 있도록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4월 전국 각 대학 산악부원들을 대상으로 선발한 71명이 참가한다. 이들은 5개조로 나뉘어 19일부터 20여일간 페루 안데스와 티벳 구게, 시베리아 알타이, 인도 가르왈 히말라야, 중국 천산산맥의 산간지대를 탐험하고 돌아온다.

 

이들은 탐험기간 중 기록·사진촬영 등 맡은 과제를 이행, 귀국한 뒤 탐험 지역에 대한 인문·지리 및 등반 정보를 담은 종합보고서를 발간한다.

 

산악인 엄홍길·박영석·박정헌씨를 비롯해 지역산악연맹 간부들이 지도위원으로 참여, 탐사대를 이끈다. 전북에서는 이상조 전북산악연맹 부회장이 중국 천산으로 동반한다.

 

 

 

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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