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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길고 짧음

 

 

尺有所短이요, 寸有所長이라
척유소단     촌유소장

 

한 자도 짧을 때가 있고 한 촌도 길 때가 있다.

 

초(楚)나라 때의 시인인 굴원(屈原)이 쓴 〈복거(卜居)〉라는 초사(楚辭) 작품의 끝 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길이를 재는 단위로 보자면 자(尺)가 촌(寸)보다 긴 게 사실이지만 한 자로 감당 못 할 길이를 재야할 상황에서는 한 자도 짧은 것이고, 촌이 비록 자보다 짧은 단위인  것은 사실이지만 한 촌으로도 충분히 감당하고 남을 길이를 잴 경우에는 촌도 긴 것이다.

 

따라서, 자라고 해서 촌보다 반드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촌이라고 해서 반드시 자보다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다. 사람의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호화판으로 피서를 하자면 천 만원도 부족한 돈이겠지만 알뜰하게 피서를 하려 들면 십 만원으로도 여유 있게 쓸 수 있다. 부족함과 풍족함의 차이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쓰느냐에 달려 있는 상대적인 문제이지 돈 액수의 많고 적음에 따라 결정되는 절대적인 문제가 아닌 것이다.

 

십 만원을 들여서 피서를 다녀오고서도 천 만 원 이상 어치의 행복감을 느끼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천 만 원을 들여서 해외로 피서 여행을 다녀오고서도 도착한 그 날로 이혼하자며 대판 싸우는 집도 있다. 이런 경우로 보자면 십 만원이 천 만원보다 훨씬 값진 돈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은 쓸 탓이고 행복은 누릴 탓임을 깨닫도록 하자.

 

尺:자 척  所:바 소  短:짧을 단  寸:마디 촌  長:긴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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