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개관 예정인 전주전통문화센터. 요즘 센터는 초야를 앞둔 새색시처럼 고운 자태를 가꾸기 위해 마지막 담금질이 한창이다.
가마솥 찌는 듯한 무더위가 이어진 30일 오후 더위를 피해 한 숨 쉬어갈 법도 하지만 센터는 여전히 시끄럽다. 공사장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인부들이 휘두르는 망치 소리도, 전기톱 돌아가는 굉음도 아니다. 판소리전용극장 무대에서 꽹과리와 북, 장구를 잡고 여름 한복판을 이겨내고 있는 센터의 전속 풍물단이 빚어내고 있는 풍물굿판 때문이다.
“체력적인 한계가 있어서 연습을 오래 하진 못해요.”
풍물단을 이끄는 양진환 단장(35)의 첫마디다. 하지만 뒤이은 설명에 ‘오래 하지 못한다’는 말은 그의 욕심(?)에서 비롯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곤 꼬박 풍물굿과 씨름(?)하고 있단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1-마호로 지정된 임실필봉농악의 이수자인 그를 중심으로 풍물단이 조직된 때는 지난 4월. 그를 포함해 이재정(32) 김성원(25) 김지영(23) 고정석(21) 송하중(20)씨 등 모두 6명이 활동하고 있다.
“일단 연습을 시작하면 냉방기도 필요없어요. 땀으로 목욕할 정도니까요.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풍물굿을 하고 있으니까 신나요. 힘든 줄도 모르구요.”
그는 무대음악으로 변형된 사물놀이가 아닌 공연자와 관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풍물굿을 창단공연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센터 개관에 맞춰 열리는 창단공연은 1시간 20분 동안 모두 5가지 형태의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호남 좌도농악에서 치는 설장구 가락을 무대로 옮겨내고 진풀이 형식의 ‘호허굿’을 관객들과 어우러지는 풍물로 이어낸다.
“센터 바로 옆이 전주8경 중 하나인 한벽루입니다. 한벽루의 자연풍경을 신명난 굿판으로 연결 시킨 작품도 준비했습니다.”
한벽루를 주제로 한 풍물굿 ‘운우풍례’를 기대해도 좋다는 그는 금파춤 전수자인 김무철씨의 한량춤과 대동판굿도 창단공연을 장식한다고 소개했다.
올해초 센터에서 풍물단장직을 제의했을 때 그는 전주시립국악단 타악수석 자리를 ‘배고파서’ 내놓았다. 안정된 관립예술단체의 자리가 배고프다니 그 까닭이 궁금했다.
“몸은 편하죠. 계획된 공연만 하면 되니까요. 하지만 국악을 바라로는 틀이 저와 달랐어요. 관현악 중심으로 국악을 소개하는 것이 늘 안타까웠죠. 마을굿을 지켜나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어요.”
그의 마을굿에 대한 애정은 그의 성장과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임실필봉농악을 이끈 故 양순용 선생이 아버지이고 임실필봉농악전수관을 이끌고 있는 양진성씨가 형이다. 또 도립국악원 교수인 양순주씨가 작은 아버지. 농악가정에서 나고 자란 그다.
풍물단 공연을 자신에게 맡긴다는 센터측의 제의에 선뜻 응했던 것도 이런 배경 덕분이다.
판소리전용극장에서는 실내악단과의 협연 등 다양한 무대음악을 준비중이고 연말쯤 ‘전주 비나리’를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야외놀이마당에서는 농악 분위기의 상설공연이나 시민과 어우러지는 굿판을 열어낸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풍물하는 사람들에게 우리 풍물단은 상징적 의미가 큽니다. 그동안 사물놀이패는 많았지만 풍물단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전라도 풍물이 되살아나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요.”
전통마을굿을 재연, 전북의 음악적틀을 완성하고 싶다는 그의 여름은 굿판을 달구는 꽹과리보다 더 뜨거워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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