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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축제] 젊은소리꾼들의 '소리반란'

 

 

박동진명창의 표현처럼 ‘우리 것은 좋은 것’ 이지만 아무래도 정통 판소리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아직 친숙하지 않다. 서양음악에만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판소리를 보다 새롭게 이해하고 가깝게 하는 방안은 없을까. 창작판소리는 그런 노력이 담긴 일종의 판소리 운동이랄 수 있다.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를 담아내면서도 음악적 완성도를 이루어내는 작업. 하지만 창작판소리를 만들어가는 작업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

 

창작판소리란 기존의 판소리 다섯바탕 외에 새롭게 만들어진 판소리를 말한다. 기존의 판소리 다섯바탕이 1백여년의 역사를 거치며 다듬어진 소리의 결정판인 점을 감안하면 창작의 어려움은 충분히 짐작된다.

 

2002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도 창작판소리의 가능성과 내일을 가늠하는 자리가 빠질리 없다. 31일부터 다음달 1일(오후 5시)까지 전통문화특구 공예품전시관 공예마당에서 열리는 창작판소리. 이 시대의 기호와 감성을 이끌어가는 창조적인 젊은 소리꾼들이 초대된 무대다. 김형철, 김수미, 채수정, 이규호씨가 그들.

 

구약성서의 모세이야기를 판소리로 옮긴 ‘모세뎐’(31일)은 창본과 작창을 한 국립창극단원 김형철씨가 부른다.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대목이 백미.

 

서울종합예술원 강사인 김수미씨는 긴박감 넘치면서도 극적 반전이 뛰어난 ‘유관순전’을 선보인다. 동덕여대와 이화여대 강사인 채수정씨는 구전으로 내려오는 ‘숙영낭자전’을 좀더 이해하기 쉽게 사설과 소리를 더 넣어 짜임새 있게 재구성했고, 국악방송 FM국악특강 진행자인 이규호씨는 임진택총감독이 만든 ‘똥바다’를 새롭게 해석해 관객들과 만난다.

 

창작판소리에 대한 시도는 20세기초반 원각사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병두타령’이 최초의 창작판소리로 알려져 있다. 30년대∼50년대에는 수많은 창극과 국극이 공연됐지만 ‘숙영낭자전’일부와 ‘추풍감별곡’의 한두대목을  제외하고 전하는 것이 없다. 해방후의 대표적인 창작판소리로 월북소리꾼 박동실의 이준· 안중근·유관순·윤봉길열사 등의 항일행적을 노래한 ‘열사가’가 꼽힌다.

 

70년대 들어선 박동진명창이 전승에서 탈락된 일곱바탕의 판소리 복원작업에 나서 ‘변강쇠가’‘숙영낭자전’‘배비장전’‘장끼타령’‘옹고집전’등을 불렀으며, ‘성웅 이순신’‘성서 판소리’‘유관순전’등을 창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창작판소리의 대중화는 올해 소리축제의 예술총감독인 임진택감독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감독은 지난 80년대 ‘소리내력’‘똥바다’‘오월 광주’등의 판소리를 발표하며 사회비판과 풍자를 시도해왔다.

 

이보근프로그래머의 말처럼 창작 판소리 마당은 “‘우리것은 좋은 것’이라는 단순한 인식에서 벗어나 우리 전통연희 속에 내재한 세계관과 건강한 삶의 모습을 확인하고, 어렵고 고리타분한 것이라는 국악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씻어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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