不知者는 不作罪라.
부지자 불작죄
알지 못하는 자는 죄도 지을 줄 모른다.
청나라 사람 조설근(曹雪芹)이 지은 장편 소설인 《홍루몽(紅樓夢)》의 제 28회에 나오는 말이다. 범죄에 대한 보도를 보다 보면 범행 계획의 치밀함에 소름이 끼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사기에 대한 대형 범죄일수록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만큼 그 일에 대해 자세하게 알고서 범행을 저지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잘 다져진 지식을 좋은 일에 썼으면 얼마나 좋을까? 화랑(畵廊)가에는 가끔 가짜 미술품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런 가짜 미술품 보다보면 '저 재주 가지고 그냥 정당하게 화가 활동을 하고 미술학원이라도 경영하면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텐데......'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오곤 한다. 모조품 제작자의 재주가 그 만큼 뛰어나고 미술실력이 있다는 뜻이다.
도덕이 수반되지 않은 지식은 무서운 것이다. 도덕이 수반되지 않은 의술은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사기극을 벌일 수 있고, 도덕성이 수반되지 않은 능력 있는 공무원은 나라 돈을 얼마든지 빼먹을 수 있다.
그리고 도덕성이 없는 정치인은 나라가 망하더라도 자신은 영달을 누려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완용이 같은 매국노가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알지 못해서 도둑질도 못하는 것을 한스럽게 여긴다거나, 잘 알아서 한탕 해먹는 것을 능력으로 여기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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