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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한 삼태기의 미완성

 

 

爲山九 에 功虧一 라.
위산구린   공휴일궤

 

산을 아홉 길( )까지 이루어 놓고서도 한 삼태기 때문에 그 공이 일그러질 수 있다.

 

《상서(尙書)》〈여오(旅獒)〉편에 나오는 말이다. 옛날에 짚신 장수 부자가 있었다. 열심히 짚신을 삼아서 시장에 내다 팔았다. 그런데, 웬일일까? 아버지의 짚신은 10원을 받아도 잘 팔리는데 아들의 짚신은 8원을 받아도 잘 팔리지 않았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그 까닭을 물었으나 아버지는 자기만의 '노하우'라며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러다가 늙은 아버지는 어느 날 임종을 맞게 되었다. 임종 직전에야 비결을 알려 주겠다던 아버지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떨리는 입으로 "털, 털, 털,..."하더니 그만 눈을 감아버렸다.

 

"털, 털, 털,..."이라니?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며칠을 생각한 후에야 아들은 그것이 짚신을 다 삼은 다음에 마무리로서 털을 잘 다듬으라는 의미임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부터는 아들의 짚신도 10원씩 받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아들의 짚신은 마지막 털을 다듬는 마무리를 못하여 10원 짜리 완성품이 되지 못하고 항상 8원 짜리 미완성품이 되었던 것이다.

 

산을 아홉 길까지 쌓아 놓고서도 한 삼태기의 흙을 더 하지 않아 목표한 산을 이루지 못할 수가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신중해야 한다.

 

우리는 다 이겨 놓고서도 막판에 한 골을 어이없이 허용하여 지는 게임을 더러 보았다. 방심 때문이다. IMF를 극복했다는 축배도 조금만 더 늦게 들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샴페인, 너무 쉽게 터뜨릴 일이 아닌 것이다.

 

爲:할 위   :길 린(사람 키만 한 길이를 1린이라고 한다)  虧:일그러질 휴   :삼태기 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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