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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병력(兵力)과 물

 

 

兵無常勢하고 水無常形이라.
병무상세     수무상형

 

군대는 늘 같은 기세를 유지하는 게 아니고 물은 항상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손자병법(孫子兵法)》〈허실(虛實)〉편에 나오는 말이다. 물은 높은 곳을 피하여 낮은 곳으로 흐르고 군대는 적의 실한 곳을 피하여 허한 곳을 공격한다.

 

물은 지형에 따라서 흐름의 모양을 바꾸고 군대 역시 적의 상황에 따라 늘 그 형세를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만일 군대가 항시 같은 진법(陣法)에 같은 전략만 사용한다면 그 군대는 아무리 수가 많고 무기가 강력하다고 해도 적에게 패하고 말 것이다.

 

사실은 모든 삶이 다 그렇다. 새로운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그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거기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는데 아직 겨울옷을 장만하지 못한 사람은 추위에 떨 수밖에 없고 비가 오는데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사람은 비를 맞을 수밖에 없다.

 

오는 추위와 내리는 비를 탓할 게 아니라, 내가 준비하고 내가 변해야 한다. 물은 스스로를 변화시켜 때로는 언덕을 기어오르기도 하고 때로는 폭포수가 되어 천 길 벼랑 밑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물은 이처럼 변화에 순응하며 자신을 변화시킨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은 가만히 둔 채 상대를 변화시키려 든다. 높은 곳을 만나면 깎아내고 낮은 곳을 만나면 메워가면서 자신의 길을 내려 든다.

 

그래서 사람 사는 곳에는 싸움이 많다. 이 변화 많은 세상, 도랑물은 촐랑대며 서둘러 흐르지만 호수나 바다는 움직이기는 하지만 촐랑대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도록 하자. 

 

兵:군사 병  常:항상 상  勢:권세 세  形:얼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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