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문화'에 기여하고 싶다
지난해 초 문화예술전문법인으로 창립한 사단법인 마당(이사장 정웅기)의 김승민 기획실장(37). 그의 행보는 ‘괄목상대(刮目相對)’할 만하다.
지난해 2월 마당이 열었던 제 1기 문화기획아카데미의 수강생에서 일약 기획실장으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숨은 경력의 화려함과 지역문화에 대한 진지하고 꾸준한 애정을 들여다보면 그와 지역문화의 만남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음을 알 수 있다.
방송광고 제작PD를 거쳐 사진작가로, 전통문화연구소의 사무국장으로, 그리고 문화관광 정보서비스 사이트 ‘전북엠닷컴’실장으로 지난 10년 동안 경험한 그의 전력은 화려하다.
“경험은 다양했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역문화를 향한 저의 가치관을 제대로 쏟기에는 늘 무엇인가 부족했다”는 그는 그런 즈음에 만난 마당이 자신의 삶에 새로운 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단다.
“우리 문화에 대한 애정과 그것을 늘 진지하게 분출하고 창조해온 사람들의 15년 열정이 제대로 꽃피울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 제 할일이라고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지만 문화저널이 그래왔듯이 서두르지 않고 문화판에 활기를 불어넣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김실장이 올해 추진해야 할 사업은 적지 않다.
월간 문화저널 발행과 함께 해마다 열어온 ‘전라도의 춤과 가락’ ‘뜨락음악회’는 물론, 지난해에 이어지는 ‘제 2기 문화기획아카데미’과 ‘백제기행’, 그리고 올해 새롭게 시작하는 ‘마당수요포럼’까지 그의 2003년은 정신차리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이어질 판이다.
이 모두가 당장 눈앞에 떨어진 작업들. 다음달 첫 자리를 여는 ‘마당수요포럼’은 지역사회의 이슈를 주제로 관심있는 모든 사람이 참여해 그 문제를 진단하고 방향을 제안하는, 그야말로 열린 토론의 자리다.
기획진을 따로 꾸려 진행되는 이 포럼은 22일 준비모임을 갖고 매달 둘째주 수요일 정기적인 자리로 운영된다.
“지역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우리 삶과 관련된 그 모든 것이 문화의 영역이니까요.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으면서 폭넓고 정당한 주장을 모으는 건강한 포럼문화로 자리잡게 할겁니다.”
그는 이 포럼에 또하나의 기대를 갖고 있다.
문화판이 내적 외적으로 갑작스럽게 변화하면서 문화인들이 마음을 모으기 보다는 갈등하고 서로 다른 입장으로 나뉘어지거나 부족함을 채워주고 격려하는 미덕이 점차 사라져가는 이 이상한 기류(?)를 안정시키는 통로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그것이다.
그의 지역문화를 향한 사랑은 올해 두번째 문을 여는 문화기획 아카데미에도 담겨진다. 지역문화가 변화의 바람을 타고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는 김실장은 3월초에 여는 문화기획아카데미의 기획에 지난해 수강생으로 참여했던 경험을 제대로 살려냈다.
개론적인 내용에서 좀더 탄탄한 실무위주의 교육프로그램으로 변화된 것도 그의 실전 덕분. 프로그램 구석구석에서는 실제 문화현장의 생생한 체험 교육이 살아나있다.
표본이 될 수 있는 대도시의 공간이나 시스템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나 수강생들을 하나로 묶는 인적네트워크를 구성, 지역 문화의 새로운 동력으로 이끈다는 구상도 눈길을 끈다.
“집행부들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수강생들이 안아야 할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운영하는데에는 그만큼 재정이 필요하고, 그것을 별도로 충당할 계획이 마련되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수강생들 몫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거든요. 지난해에는 전주시의 지원으로 수강생들에게 적잖은 혜택이 돌아갔는데 아무래도 올해는 여러가지로 방안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언제나 뜻이 있으면 길이 열렸던 만큼 좋은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는 그는 기획아카데미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면서 마음이 더 조급해졌지만 해야할 일이 확실해지니 즐거운 마음이라고 했다.
그의 새로운 계획이 또있다.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 기획. 우선 첫 작업으로 청소년들과 문학인들이 만나 문학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거기에 예술작업을 더해내는 2박3일 일정의 ‘청소년 자연학교’를 구상하고 있다.
“생활 속 문화 찾기는 지금까지 제가 일하며 가졌던 ‘인간에 대한 애정’을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문화에 대한 인식은 어린이나 청소년기로부터 가질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요. 문화는 곧 삶을 향유하는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니까요.”
그는 지금 추진중인 문화 포털사이트 개설이나 문화저널 독자 배가운동도 ‘생활 속 문화찾기’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숨겨진 또다른 목표인 ‘마당의 흑자경영’까지 이 만만치 않은 이 사업들을 욕심만큼 채워낼 수 있을까.
“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마당의 젊은 후배들은 이 길을 함께 가는 가장 큰 힘입니다. 그래서 이 많은 일들을 두려움 보다는 신나게 할 수 있습니다.”
계미년을 맞아 그에게는 새로운 일이 또 생겼다. 전주KBS 구성작가로 일하다 올해 전주시 문화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아내 조희숙씨(36)와의 열띤 토론이다.
전주 문화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일하면서도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이 많아 후끈 달아오르는 대화 끝에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재미가 적지 않은 모양이다. 지역문화판의 ‘마당쇠’를 자처하고 나선 그의 의욕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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