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전주를 찾은 민중미술의 대표주자 임옥상씨(53)가 '지방분권시대의 중심은 문화'라는 화두를 던져 관심을 모았다.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학술대회를 연 한국지역사회학회(회장 이중호)가 학술대회와는 별도로 마련한 특별 강연이어서 그 의미가 더욱 새로웠다.
21일 밤 8시 한옥생활체험관에서 한국지역사회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문화강연을 한 임씨는 "지역문화에 대한, 문화의 지역화에 대한 이야기가 어우러지지 않는 한 지방화나 지방분권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임씨는 요즘 정계는 물론 학계, 사회 일반까지 지방분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만 정치나 경제 분야에만 국한돼 아쉬움이 크다면서 "문화가 빠진 지방화 논리는 공허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주에서 전통문화를 제외한다면 경쟁력 있는 지방화 방안을 찾기 힘들다면서 지역 학계가 앞장서서 문화예술인들과 연계해 '문화의 지역화'를 주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의 문화 패러다임을 사적인 것으로부터 공적인 것으로 지평을 넓혀야 한다는 '공공성'도 강조했다.
"서구와 전통으로 대변되는 리베라 호텔과 한옥생활체험관이 마주하고 있는 것은 일그러진 우리시대 자화상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말로만 외치는 문화 구호주의 보다는 행동하는 실천으로 문화를 올곧게 지켜야 하지않겠습니까.”
지역문화도 서로 서로 연대하고 힘을 합쳐 '문화적 권리'를 주장할 때 활성화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정치적 논리로 개발되고 있는 새만금사업에 대해서도 공공성을 앞세워 쓴소리를 던졌다.
"역대 정권들이 전북 도민의 표심을 사기 위해 흥정한 것이 새만금”이라고 지적한 그는 "생태적 가치 뿐아니라 미학적·정서적 가치 또한 높은 새만금은 우리가 꼭 보존해야할 재산이자 보고”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내 양심적 학자와 언론의 '침묵'하는 모습이 너무 서글프고 안타깝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슬라이드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며 자신의 작가관과 미술세계를 피력, 강연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대중과 함께 하는 미술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거리미술이벤트 '당신도 미술가'를 시작하게 된 사연을 털어놓아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전속작가로 활동하다 IMF가 터지자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는 그는 "위기는 기회라는 생각으로 미술을 들고 거리로 뛰쳐 나간 작품이 '당신도 미술가'였다”고 소개했다.
99년부터 시작해 2001년까지 인사동과 여의도에서 60차례나 진행한 '당신도 미술가'는 미술과 대중의 간극을 좁히는데 기여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당시 큰 호평을 받았다.
공공문화의 필요성을 강조,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 그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공적인 문화공간에서 충분히 문화를 향유하고 자신의 문화적 권리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임씨는 전주와 인연이 깊다. 81년부터 92년까지 전주대 미술학과 교수로 활동한 그는 "젊은 빛나던 시절을 전주에서 지내 고향이나 진배없다”면서 전주를 '마음 속에 크게 자리한 제2의 고향'으로 꼽았다.
서울대 미술대학 회화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광주교육대학 교수와 민족미술협의회 대표를 지냈다.
대학 졸업후 "그림은 현실을 직시하고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지를 담아낸 70년대 작품 '땅'연작과 '웅덩이'로 민중미술의 지평을 연 그는 80년대 들어 우리 시대의 사회·정치사적 화두를 표현한 '가족'과 '색종이', '아프리카 현대사'연작을 잇따라 발표하며 평단의 격찬을 받았다.
환경단체나 문화단체 등 NGO활동에도 적극성을 보여온 그는 요즘 임옥상미술연구소를 내고 공공미술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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