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동학기념사업 선양이 목적이었는가?'
전북도와 정읍시가 영화투자자로 나선 '풍운비전검'(제작 뮈토스 필름·대표 김익상)이 제작 무산 위기에 놓이면서 도와 시가 영화에 투자한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와 도는 투자 목적을 민중운동의 효시가 된 동학혁명을 이끈 전봉준 장군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를 제작,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의 의미를 선양하는 것은 물론 지역 자긍심을 고취하고, 영화촬영장을 테마파크로 조성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투자위험성이 큰 영화제작사업에 자치단체가 10억원이나 투자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영화가 제작되지 못하거나 흥행하지 못할 경우 혈세만 낭비할 우려가 커서 이를 바라보는 도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 영화는 지난 2000년 원로영화인 신상옥 최은희씨 부부가 전봉준 장군 일대기를 영상화하는 일을 언급하자 유종근 전 도지사가 적극 나섰고, 이를 정읍시가 전봉준영화제작사업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하면서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유 전 지사가 정읍 출신인데다 일방적으로 지원을 결정했다는 점을 들어 정치적 목적의 선심성 사업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도비 5억원을 비롯해 전북은행 지정기탁금 3억원까지 정읍시로 돌려주는 등 파격적인 지원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시는 투자비용 10억2천5백만원 가운데 시나리오 개발비용으로 2억원, 제작계약 선금으로 2억3백94만원 등 모두 4억3백94만원을 지급한 상태다. 뮈토스필름과의 계약 조건은 정읍시가 영화판권을 갖고 수익금은 투자자와 제작사가 '6대4'로 나누는 것으로 합의했다.
뮈토스필름은 지난 2000년 부천국제영화제 폐막작인 공포스릴러 영화 '가위'를 제작해 흥행에 성공한 중견영화사로 지난 2000년 12월 정읍시가 공모한 제작사 모집에 참여하면서 전봉준영화제작에 뛰어들었다.
당시 심의위원회에서 명성필름을 제치고 제작자로 선정된 뮈토스필름은 지난 2001년 7월 제작비 40억원을 투입, 전봉준 장군의 생애와 동학혁명을 다룬 영화제작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감독도 이민용에서 김동빈으로, 또 유흥삼 감독으로 교체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뮈토스필름은 감독들이 영화제작 취지와 방향성에 공감하지 못하고 사임을 표명, 유흥삼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겼다고 밝혔다.
배우 캐스팅에 어려움을 겪고 국내영화시장 투자가 위축되자, 당초 KTB(한국기술금융) 등의 투자를 이끌어내고 영유통과 비디오판권계약 추진하는 등 모두 30여억원을 유치하려던 뮈토스필름의 계획이 제대로 성사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는 계약 당시 투자자로서 제작사인 뮈토스필름의 제작비용 확보와 배우 캐스팅, 제작일정 등을 꼼꼼이 살펴보지 않고 계약을 체결, 영화제작 무산됐을 때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시 문화관광과 김종삼계장은 "이미 나와있는 시나리오 비용은 어쩔 수 없지만 제작 선급금 2억3백여만원은 보증보험에 가입돼 있어 전액 돌려 받을 수 있다”면서 "동학을 주제로 한 영화제작은 지역 문화산업 육성과 직결되는 프로젝트인 만큼 완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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