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채(沈菜)는 무엇이고 진과(眞瓜)는 어떤 것일까?”
'침채'는 매일 아침 식탁에 오르는 김치를, '진과'는 여름철 더위를 싹가시게 해주는 참외를 일컫는 옛말이다. 옛 사람들의 생활모습과 역사관, 문학세계, 서예사 등을 엿볼 수 있는 자료집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형식)이 펴낸 '간찰(簡札) 1'.
지난 99년 황병근 전 도의원(우리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박물관에 기증한 간찰 1천283점 가운데 첩으로 간수된 8책 285점을 포함한 406점을 엮은 것.
이 간찰집은 조선 후기부터 일제시대까지 전라도 지역에서 간수된 간찰을 담고 있으며 일부는 한양과 경상도 함양·안동에서 쓰여진 것들도 있다. 모두 호남 문중 및 학통과 연결된 자료들이다.
요즘이야 전화나 전자메일 등 통신수단이 발달돼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이도 저도 없었던 옛날에는 간찰을 통해 안부를 묻고 세상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만큼, 간찰은 조선후기 이후 향촌에 묻혀버린 선비들의 애환과 진솔한 감정, 동문(同門)간의 소식, 문중 소식 등 당대 생활상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사료이다.
보릿고개를 맞는 선비의 간찰에는 절박한 심정과 도움을 청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1970년 4월 이봉덕이 보낸 간찰은 "가난한 형편에 양식을 빌릴 곳도 없고, 심어놓은 보리도 없을 뿐 아니라 달리 상의할 곳도 없어 굶고 있다. 벼슬살이 하는 그대도 어렵겠지만 나보다는 나을 것이니 돈 20냥을 빌려달라”고 청하고 있다.
또 간찰을 통해 시와 절구를 나누고 서로 고쳐주는 등 학문 정진에 힘쓰는 선인들의 면모도 귀감이 된다. "보여준 시는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지만 '穹然巖(궁연암)'세 글자는 온당치 못하니 다시 단련하는 것이 좋겠다'(1936년 김문옥이 김규태에게 보낸 간찰 중에서) 김문옥(1901∼1960)과 김규태(1902∼1965)는 율계 정기(鄭琦)로부터 한학을 배운 동문으로 문장과 글씨에 능했으며 함께 전남에 살면서 평생지기로 지냈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발행된 간찰집은 원문을 복사해 영인본으로 간행한 것이 많아 일반인은 물론 전문가들 조차 알아보기 힘들어 사료로서의 가치가 떨어졌지만 이번 간찰집은 각 간찰을 칼라사진으로 실은 뒤 원문을 정서(正書)하고, 이를 해석해 자료의 가치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김재홍 학예연구사는 "이 책은 기증 문화재 가운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 유물를 자료화, 연구자는 물론 일반인들이 조선시대 생활상을 연구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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