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2003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25일 개막(오후 7시 전북대 삼성문화관)해 5월 4일까지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영작들은 전북대 삼성문화관과 건지아트홀, 덕진예술회관, 시내극장 등 8개 상영관에서 관객들을 맞는다.
올해 상영작은 35개국 170편. 지난해(35개국 2백71편)보다 1백편 줄었다. 지난해에 비해 단편이 대거 줄어든 때문이다.
개막작은 박광수 박찬욱 여균동 박진표 임순례 정재은 감독 등 여섯명이 옴니버스로 제작한 인권주제의 '여섯 개의 시선'. 폐막작은 50년대 미국 멜로드라마의 부활이라 할만한 특별한 형식의 토드 헤인즈 작 '파 프롬 헤븐'이다.
슬로건도 '대안 디지털 독립영화'라는 다소 묵직한 표제에서 산뜻한 분위기의 '자유 독립 소통'으로 바꾸었다.
"슬로건을 새롭게 했지만 전주영화제의 정신인 '대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힌 민병록집행위원장은 "주류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영화세계를 고집해온 도전적인 영화들을 통해 '삶의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며 "올해 영화제가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허무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고 소개했다.
여전히 새롭고 낯선 영화들이 포진해있는 '시네마 스케이프'를 비롯해, 아시아의 새로운 연대를 모색하는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 필름의 세계를 뛰어넘는 혁명적 영화제작을 보여주는 '디지털 스펙트럼'의 영화 행진은 올해 더욱 활기 있다.
2001년에 이어 두번째로 마련한 '다큐멘터리 비엔날레'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며 다큐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한국 단편의 선택:비평가 주간'에서는 대안영화의 미학을 제시해온 국내 단편영화의 흐름을 제시한다.
'팍스 아메리카'를 위해 전쟁도 불사하는 미국을 비난하는 반미와 반전을 외치는 영화도 곳곳에 놓여져있고, '전주 불면의 밤'도 종전 사흘에서 닷새로 늘렸다.
-진정한 '아시아 연대'꿈꾸는 전주
메인프로그램 경쟁부문인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에는 아시아 각국의 영화가 고루 집합했다. 중국과 일본의 동북아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던데서 올해는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권의 영화들이 폭을 넓혔다. 아시아 전체로 확대된 올해 판도로 진정한 '아시아 연대'모색의 목적지는 더 가까워진 듯 보인다. 특히 동화 같은 중앙아시아의 두 영화, 타지키스탄의 '오른쪽 어깨 위의 천사'(잠셋 우즈마노프 감독)과 키르기즈스탄의 '실크로드의 형제들'은 그 연결고리다.
아시아 현실에 대한 고민, 나아가 세대를 초월한 삶의 고통에 대한 나눔의 장은 일본 토가시 신 감독의 '미안해'와 이란의 레자 소바니 감독의 '지스탄'이 제공한다. '미안해'는 초등학교 6학년인 주인공이 첫사랑을 통해 신체적·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 '지스탄'은 죽음을 앞둔 늙은 사진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습을 통해 인생을 되돌아보게 하는 영화다.
-21세기 영상지도를 바꾼 힘, 디지털
전주영화제가 내세운 '디지털'의 충실도는 지난해보다 더 높아졌다. 1∼3회 영화제가 영화의 새로운 출구로 디지털을 탐색했다면 올해는 디지털로 제작되는 영화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고민하는 자리다.
필름에서는 시도할 수 없는, 회화나 음악적 요소가 영화와 결합하는 실험 작품들이 대거 소개된다. 랍 데 마지에르와 아담 리스트가 공동 작업한 '보키에 관하여'는 디지털을 활용해 '현실과 픽션'이라는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지웠고 빌 엘트링햄의 '이것은 사랑노래가 아니야'는 12일만에 촬영을 마치는 디지털의 편리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디지털 삼인삼색'에서는 아오야마 신지(일본) 바흐만 고바디(이란) 박기용(한국)이 디지털 영화담론을 풀어놓는다.
자기발언에 유효하고 동시에 자극적인 소재를 손쉽게 다룰 수 있는 디지털의 특성을 독립영화 영역에 확장시킨 '디지털의 정서'도 이채롭다.
-기록영화 울타리 뛰어넘는 다큐비엔날레
애니메이션과 번갈아 가며 격년제로 여는 '다큐멘터리 비엔날레'는 기록영화에 대한 관념의 울타리를 뛰어넘는다.
형식이 전혀 다른 극영화와 접근해 미묘하게 융합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경향을 포착해서 허구와 사실, 그리고 그 축이 되는 작가의 시선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극영화 거장들이 만든 알려지지 않은 다큐멘터리를 보는 즐거움도 있다.
'다큐멘터리, 오늘'에서는 첨예한 정치·사회적 문제, 한 개인의 비밀스런 기억 등을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7인의 다큐기행'에서는 칠레의 라울 루이즈 감독과 미국의 존 휴스톤·영국의 데릭 저먼 등 극영화 감독들이 만든 다큐 작품이 소개된다.
1970년대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미나마타병 시리즈를 제작, 특정한 주제에 대해 집요한 다큐멘터리 운동을 펼쳐냈던 일본의 거장 츠치모토 노리아키 감독 회고전과 프랑스의 장클로드 루소 감독 특별전은 정말 특별한 선물이다. 다큐멘터리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덴마크 필름도 놓치기 아쉽다.
-한국영화 미래, 독립영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주목한 '한국단편의선택'은 한층 더 심도 있게 한국 단편 영화의 흐름을 진단한다.
전주국제영화제 비평가위원회(문학산·맹수진·유운성·이명인·이상용 이상 5명)가 선정한 한국단편영화들을 비경쟁으로 소개하는 이 섹션은 모두 20편이 선정됐다. 자기발언으로 유효한 디지털 매체의 미덕과 자극적인 소재를 손쉽게 다룰 수 있는 한계를 진단해 디지털의 다양한 정서에 접근해 보는 것이 이번 선택의 핵심이다.
90년대 후반에 등장한 김정구·채기·오점균·유상곤 등 독립 영화 감독 4인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자의식, 폭력에 접근하는 디지털영화의 경향, 독립 영화에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악몽의 실체에 주목한다. 여기에는 여성의 정체성을 숨김없이 드러내며 독립단편영화 세대교체를 이끌고 있는 도내리 신은영 강지이 정희성 등 4명 여성 감독이 포함됐다.
-전주만의 특별함 담은 무대들
메인 프로그램에 신설된 '필름 메이커스 포럼'은 단순한 영화보기에서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를 끌어내기 위한 지프의 새 시도다. 프랑스의 로상스 페레이라 바르보사와 중국의 닝잉이 주이공이다.
'오마주'에서는 브라질 시네마 노보의 기수 글라우버 로샤 감독의 세계를 조명한다. 브라질 역사의 신화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그의 독특한 영상미학을 만날 수 있다.
음악과 영화가 만나는 '전주 소니마주'와 영화의 스크린 탈출을 선언한 '지프 마인드 2003'도 새롭다.
영화제 기간동안 전북대문화관과 영화의 거리에서는 일반인과 작가들이 참여하는 벼룩시장 형태의 '희망시장'과 거리마임, 거리미술제, 퍼포먼스, 인디밴드 공연 등 다채로운 이벤트가 함께 한다. 예매는 전주국제영화제 홈페이지(www.jiff.or.kr)와 티켓파크(www.ticket.com), 그리고 영화제 기간동안 3곳(전북대 문화관, 덕진예술회관,영화의거리 메인무대)에서 운영되는 임시매표소에서 가능하다.
/김종표·임용묵·최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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