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화가 이철량씨(51, 전북대 교수)가 25일부터 6월 26일까지 완주 소양에 있는 오스갤러리에서 초대전을 연다. 2001년에 이은 2년만의 전주 전시다.
그는 80년대 수묵화운동을 주도해온 선두세대다. 20년이란 시간의 길이를 헤아려본다면 '수묵운동'으로 지켜져온 그의 화폭은 대단히 파격적이거나 충격적인 풍으로 바뀌어졌어야 함이 옳다.
그러나 그의 화폭은 늘 제자리인 듯 강렬하지 않고, 은은한 수묵의 색채로 변화의 골을 드러내지 않는다. 공백기 없이 이어온 전시회의 친밀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소재주의나 형식주의에 함몰하지 않고 수묵화의 내적인 깊이와 정신을 탐색해 들어가는 진지함 덕분이다.
전시 작품은 모두 올해 들어 제작된 근작이다. 형식적 변화가 큰 폭으로 이루어지지 않듯이 주제도 친밀하다. '신체'는 그의 오랜 소재다. 그것은 군중의 모습이나 자연과 조화된 형상, 혹은 부분적으로 강조된 형상으로 변화되면서 '인간'에 대한 지적 관심을 보여주는 그의 상징이 되어왔다.
이번 전시 작품들 역시 지적 관심의 농도가 다르지 않다. 다만 신체의 부분에 주목했던 종전의 작업으로부터 신체 운동의 근육이나 기운을 형상화하는 작업으로 그 중심이 바뀌어졌을 뿐이다.
오히려 농묵에서 담묵으로 옮겨간 채색기법은 화폭의 이미지를 한껏 차분하게 낮추어 보인다.
"신체를 유심히 관찰하면 미묘하고도 섬세한 감동이 생긴다"는 작가가 일그러지는 얼굴이나 불끈 솟는 목덜미의 핏대, 비틀려진 팔 같은 몸체의 변화로부터 느낀 움직임에의 희열을 정작 스치는 듯 머무는 듯 오고간 필법의 형식으로 은은하게 우러낸 이미지는 의외의 효과다.
'신체를 통해 바라보이는 비 현실의 세계'가 실상은 작가에게 '매우 명료한 실제의 세계로 다가왔듯이', 관객들은 보일 듯 말 듯, 움직임 뒤에서 이루어지는 미묘한 변화가 주는 새로운 인식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곧 '실재와 허상'의 경계, 혹은 '존재'에 대한 깨달음과도 같다.
그러나 "신체라는 껍데기를 버려야 할 때"를 예감하는 그의 이번 신작이 갖는 미덕은 따로 있다.
형상에 주목해왔으면서도 형상 그 자체를 뛰어넘으려는 필력의 세계나 변화무쌍한 한국화의 물결속에 뒤섞이지 않는 정갈한 수묵 정신, 그것의 생명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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