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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지향·고뇌 담긴, 한승헌 변호사의 '역사의 길목에서'

 

 

민주화와 인권운동에 앞장서온 한승헌 변호사(69)가 우리 사회가 올곧은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염원하는 마음을 써낸 글을 모은 컬럼집을 펴냈다.

 

지난 3년 동안 본보를 비롯해 중앙 일간지 등에 게재한 칼럼과 특강 축사 추모사 등을 모은 '역사의 길목에서'.(나남출판)
고희를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식지 않는 나라와 형제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담겨 있는 이 책은 우리 시대의 지향(指向)과 고뇌가 진지하게 배어있다.

 

지난 2000년 가을 펴낸 '법이 있는 풍경'이 군사독재 시절과 민간정부 초기 겪어야 했던 변혁과 진통을 담아냈다면 '역사의 길목에서'는 그 이후의 시대, 포악한(?) 권력과 '백병전'을 벌이던 때는 아니지만 사회변혁과 역사발전을 가로막은, 그래서 여전히 건재한 장애요소를 간파하고 제거하기 위한 그의 절절한 심경이 녹아있다.

 

글 소재 또한 편협하지 않아 그동안 그가 쌓아온 식견과 체험이 얼마나 다양한 지를 가늠케 한다. 남북관계를 비롯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 동학농민혁명의 의미, 언론·문화·저작권, 사람 이야기 등 과거부터 오늘까지, 그리고 제 분야의 문제를 직시한 뒤 끊임없이 발언하고 스스로 행동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90편이 넘는 글들은 대부분 그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들이어서 경직되기 보다는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고백이 주를 이룬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독재에 반대하는 글이면 곧 '정론'이 되던 시절과 달라서 지금은 다양한 의견과 주체적 선택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시대여서 '참으로 지당하다'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참된 '정론'을 쓰기란 여간 어렵지가 않다”면서 "내가 어설픈 글 쓰기나마 멈추지 않는 것은 그냥 뒷짐 지고 세상구경만 한 뒤에 엄습할 자책감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시대와 사회를 직시해온 그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변호사는 (사)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역사 바로세우기에 뜨거운 열정을 쏟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의 고문변호사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을 맡고 있으며 '위장시대의 증언' '정치재판의 현장' '정보화시대의 저작권' '내 마음 속의 그늘'등 20여권의 저서가 있다.

 

 

 

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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