奢則不孫하고 儉則固하니 與其不孫也론 寧固라
사즉불손 검즉고 여기불손야 영고
사치할 정도로 풍족하면 불손하게 되고 검소하다보면 고루한 면이 있을 수 있다. 불손한 사람이 되느니 차라리 고루한 사람이 되겠다.
《논어》〈술이편(述而篇)〉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필자는 우연히 서울의 이른 바, '물 좋은 곳(?)'에 위치한 화려한 명품 매장에 간 적이 있다. 평소 제일 싫어하는 게 쇼핑, 특히 '아이 쇼핑'이지만 그 날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로 잠시 들르게 되었다.
처음엔 점원 아가씨들 몇이 반갑게 인사도 하더니만 전혀 명품과는 관계가 없는 차림새를 한 채 가격표나 들춰보고 다니는 내 모습을 한 동안 지켜 본 다음에는 아가씨들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곳에 안 들어와야 할 사람이 들어와서 괜히 '물을 흐려놓고 있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왜 그들은 나에게 그런 표정을 지었을까? 명품 매장에서 일하는 점원의 경제 수준이 국립대학 교수보다 나아서 일까? 화려한 불빛 아래서 매일 엄청나게 돈이 많은 사람들만 대하다 보니 가슴에 헛바람이 들어서 빚을 내서라도 일단은 화려하게 살 필요가 있다는 허영에 물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부자는 부자이니까 그렇다손 치더라도 세상에는 부자도 아니면서 겉멋만 들어 오만불손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눈으로 볼 때는 근검 절약하는 사람이 고루하고 촌스러워 보이겠지만 "불손하기보다는 차라리 고루한 사람이 되겠다"는 공자님 말씀의 의미를 알고 나면 부끄러움에 얼굴을 감싸야 할 것이다. 촌스러워도 카드 빚 안 지고 사는 삶이 제대로 된 삶이라는 것을 정말 몸으로 깨달아야 할 것이다.
奢:사치 사 孫:겸손할 손('遜'과 같은 의미) 儉:검박할 검 固:고루할 고 寧:차라리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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