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역사박물관이 개관 1주년기념으로 마련한 "지도로 본 전주의 발자취"가 열리고 있다. 평소 고지도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이 지역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답사때 활용하면서 그 우수성을 체감하고 있었던 터라 우선 그 기획 취지가 반갑다.
우리나라 고지도는 전근대 사회에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이른바 최고의 "역사문화 지식정보 포탈사이트"라 할만 하다.
이 기획전은 대동여지도의 합체본 걸개그림으로부터 시작하여 군현도로서의 전주지도 및 전국도에 나타난 전주의 모습 그리고 전주부 병풍도 등을 거쳐 일제식민통치기의 전주안내도, 지적도, 그리고 1930년대부터 최근까지 진행된 전주시 도시계획도로 이어진다.
이들 중에는 눈길을 끌만한 지도가 적지 않다.
'완산부10폭병풍도'에 나타난 전주지도는 현존 전주지도 중 가장 정밀한 지도로 알려져 있다. 1830년대의 전주모습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이 지도는 화재 및 병화에 의해 전주부성의 건물들이 손상될 경우 그대로 복원할 수 있는 정확한 건물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도시 복원도 개념의 지도다. 특히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전라감영의 원형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감영복원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지도로서도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건지산 및 완산칠봉관련 풍수도와 회안대군 장도 등과 같은 생활속에 사용된 풍수지리 관련 공간지도는 조선시대 유지된 상지학으로서의 풍수전통을 되새기게 해준다.
전주지역을 나타내고 있는 서구식 지형도의 변화양상이라든지 최근 진행되고 있는 인공위성지도 등 지도의 발달 및 변화양상을 전주를 중심으로 보여주고 있는 다채로운 내용의 지도들도 있다.
특히 일제시대 전주와 관련된 다양한 지도들은 관객들의 눈길을 끌만하다. 1931년 간행된 '전주안내도(全州案內圖)'는 현재의 전주 가로망이 그대로 살아있으면서 당시중요 관공서사진이 지도 주변에 배치되어 1930년대 전주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난다. 1938년 작성된 '전주시가지계획평면도(全州市街地計劃平面圖)'는 현재의 전주도시체계 원형의 근간이 된 지도다. 오늘의 금암동, 인후동 지역으로의 확장과 팔달로의 개통 및 진북동, 금암동, 태평동, 덕진동 일대의 토지구획정리와 제1공업단지 조성이 계획되어 있어 그것의 의미가 더욱 깊다.
이밖에도 전주의 발자취를 기억해낼 수 있는 지도는 적지 않지만 기왕에 기획된 전시회의 의미를 살리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우선 전주를 상징할 수 있는 다양한 전통전주지도가 충분히 소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재, 전주지도는 10여점이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월드컵때 전주소개자료로 간행된 '전주역사문화지도'표지였던 '全州地圖'는 매우 중요한 자료지만 이 전시에는 빠져있다.
특히 이 지도는 1700년대 중반이전에 제작된 것이어서 현존하는 전주지도 중 가장 오래된 전주지도인데도 오히려 기획전의 설명자료를 보면 다른지도를 가장 오래된 지도라고 소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고종9년(1872)에 간행되어 대원군의 국가정책을 반영하고 있는 조선후기 군현도 중 하나인 '全州地圖'가 거꾸로 전시되어 있는 것도 바로 잡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옛 지도부터 시작하여 근,현대 지도로 연결된 지도전을 기획하면서 역사문화적 변화에 부응하는 지도의 내용변화에 대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는 점은 가장 아쉽다.
개관 1주년을 맞은 전주역사박물관은 성격과 향후 진로에 대한 논의를 구체적으로 진행할 단계에 들어섰다. 출범초기부터 강조되어온 전주를 중심으로 한 근대민족운동사 박물관 성격의 지향점에 걸맞는 특수박물관으로서의 성격을 살려나가야하는지, 아니면 명칭에 걸맞는 '전주역사박물관'으로 그 컨셒과 내용을 새롭게 해야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까지는 지역 학계가 이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였지만 이제는 일정한 책임을 공유할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조법종(우석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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