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가에 구상계열 서양화가들의 발표전이 활기 있다. 다양해진 표현의 언어와 미술의 새로운 양식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들에게는 친숙하고 편하게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자연 풍경과 인물, 사물들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그대로 드러나있는 작품들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실험성 대신에 화폭 속 소재들을 주목하는 직관의 미덕을 보여준다.
1일부터 7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회원전을 갖고 있는 전미회(회장 고상준)는 전북지역의 구상화를 주도해온 그룹이다. 80년에 창립했으니 올해로 23년째. 82년부터 시작된 회원전은 올해 22회를 맞았다. 오랜 연륜만큼이나 폭넓은 활동을 돋보여온 전미회의 올해 전시회는 30-40대 젊은 화가부터 70대 원로화가까지 참여했다. 작품을 낸 회원만도 70명. 풍경과 인물 등 다양하지 않은 소재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작가마다의 해석은 전혀 다른 이미지로 전달된다.
구상화는 대상을 무리하게 뛰어넘지 않으려는 작가들의 의식이 그대로 전해지는 장르이면서도 단순히 외형적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내밀한 미의식의 깊이를 감상할 수 있게 한다.
일상적인 풍경이지만 화폭 속의 풍경은 새롭다 어딘가에서 한번쯤 스쳐지나갔을 법한 풍경들이 부분적으로 혹은 전체적인 이미지로 전하는 느낌은 색다른 정서다.
선배와 후배로, 혹은 스승과 제자로 인연을 맺었던 전미회는 올해 전시회에서도 이 모임만의 오랜 전통을 그대로 지켰다. 정년퇴임 후에도 왕성한 창작활동으로 구상화단을 지키고 있는 박남재교수와 화단 나들이가 뜸해진 전병하씨, 그리고 중견작가들의 근작들이 예외없이 충실하게 출품되어 있다. 전북예술회관 1층 전시실 양쪽을 다 차지한 전미회 회원전으로부터 전북지역 구상화의 흐름과 위상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은 그 덕분이다.
예술적 완성도를 엿볼 수 있는 작품도 적지 않다. 구상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더해주는 작품들이다. 이종만 이성재 조래장 김철수 등 중견작가들의 작품은 관객들의 눈길을 오랫동안 붙들어 둘 만한 화폭이다.
2층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그림사랑모임전 역시 구상계열 서양화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다. 이승백씨 등 중진 중견작가들이 참여한 이 전시회는 올해로 일곱번째. 그림에 대한 창작의지만으로 모인 순수한 동호회 답게 1년동안의 노작을 내놓는 열정 이상의 욕심은 찾아 볼 수 없다.
무더운 여름, 잠깐 들르는 전시실에서 만나는 사계절의 아름다운 풍경. 도심속에서 즐길 수 있는 피서가 따로 없을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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