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조각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국조각가협회(회장 고광국)의 20회 회원전이 21일부터 27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다. 전국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조각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회다. 전국조각가협회는 참여폭이 가장 넓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조각가 단체다. 참여작가는 133명. 신인부터 중견작가까지 작품활동 경력이 다채로운 작가들의 참여로 이 전시회는 조각예술의 다양한 형식이 총집결된 조각 박람회장과도 같다.
이미 장르간 경계가 허물어진 미술환경에서 조각은 공간성을 확장하는 특성으로 그 표현의 영역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 추세. 이 전시회에서도 그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고광국회장(원광대 교수)은 "조각의 시대적 흐름을 고스란히 읽어낼 수 있을만큼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다"며 주제도 형식도 어느 한편에 치우치지 않은 다양성이 이 전시회의 특징이지만 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작가들이 생략이나 과장의 기법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힘있게 강조해내는 작품들이 주목을 모을만하다고 소개했다.
고회장의 말처럼 회원들의 작품은 참으로 다양하다. 친숙한 형식까지도 새롭게 보여지는 이유도 그러한 다양성 때문이다. 작가마다의 소재와 형식을 향한 새로운 탐색은 조각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하는 성과로 이어져 있다.
조각의 영역에서 소재는 무한하다. 돌이나 동, 철이나 나무, FRP와 같은 친숙한 소재들이 여전히 작품의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새롭게 확장된 표현의 방식에 의해 그것들은 당초의 물성을 감추고 전혀 다른 재질감으로 탄생해있다. 형상이 아니라 재질의 변화로서 이미지를 확장시키는 일은 흥미롭다. 그것은 직접적인 언어로 전달되거나 매우 상징적인 언어로 관객들의 적극적인 감상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 작품들은 소재의 활용에 천착한 경우다. 조각작품의 다양성은 형식의 영역에서도 시도된다. 세밀하고 섬세한 구상조각과 과감하게 생략되는 절제의 미학이거나 한 부분만을 집중하게하는 과장의 미학은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는 또다른 주류다.
참여작가가 많은 만큼 전시회의 특성이 다양성으로 드러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지만 전국 28개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작가들이 1년동안 작업했던 성과를 자유롭게 펼쳐놓는 이 전시회가 보여주는 '다양성'은 단순히 개별적인 것들의 숫자적인 '집합'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전통적 방식과 실험작업이 꾾임없이 교차하며 이루어낸, 보다 진정한 의미의 '독자성' 의미다.
가뜩이나 전공자들의 숫적 한계로 전시회가 많지 않은 조각의 흐름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으니 그 또한 즐거운 일. 전시공간의 한계로 예술적 영감을 한껏 표현해낸 큰 작품들은 제외되었겠지만 작품마다 차분히 눈길을 주다 보면 입체작품을 감상하는 안목이 부쩍 커져옴을 실감할 수 있다.
이 단체의 전주 전시회는 지난 95년에 이어지는 두번째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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