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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문속 지혜] 물길, 말길

 

물을 다스리는 사람은 물길을 잘 터주어 물로 하여금 제 길을 따라 흘러가게 하고, 백성을 다스리는 사람은 백성에게 말할 수 있는 여건을 베풀어 백성들로 하여금 말을 할 수 있게 한다.

 

爲川者는 決之使導하고 爲民者는 宣之使言이라

위천자 결지사도 위민자 선지사언

 

중국 고대의 역사서인 《국어(國語)》의 〈주어(周語)〉상편에 나오는 말이다.

 

물길을 제대로 터주지 않고 막기만 하면 결국은 더 큰물이 터져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런데, 막으면 물보다 더 큰 화를 부르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백성들의 입이다.

 

백성들의 입은 막는다고 해서 막아지는 게 아니다.

 

눈에서 눈으로 '쉬쉬'하는 입에서 입으로 민심이 전달되어 백성들의 쌓인 불만은 결국 폭발하고 만다.

 

우리는 과거 독재정부시절에 막혔던 백성의 말이 무서운 힘으로 폭발해 나오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

 

백성의 힘을 보이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힘과 시간과 피와 눈물과 돈을 거리에 쏟아 부었던가?

 

말을 할 수 있는 길만 잘 터 주었더라면 그렇게 낭비하지 않아도 될 힘과 시간과 피와 눈물과 돈을 우리는 너무 많이 낭비했다.

이제, 한동안 덮여있던 물길이 세상에 다시 드러나고 있다.

청계천의 복원이 바로 그것이다.

물길을 바로 잡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말길이 막혀 말을 못하고 사는 백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언론의 자유를 구실로 삼아 말을 너무 함부로 해서 탓일 정도이다.

물길은 터졌을 때 잘 인도하고 말길은 자유가 보장될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

백성의 말길을 터주는 것도 위정자의 할 일이지만 제대로 된 말이 세상에 나돌게 하는 것도 위정자의 할 일이다.

말, 막아도 안 되지만 함부로 해서도 안 될 것이다.

爲:할 위 決:물 길 터줄 결 使:하여금 사 導:이끌 도 宣:베풀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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