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지방분권시대 지역미술인 큰잔치

 

지방이 갖고 있는 한계와 벽을 넘어서기. 2일부터 8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제 19회 남부현대미술제(운영위원장 김한창)가 전하는 메시지다. 남부현대미술제의 회원은 3백50여명. 올해도 각 지역의 작가 3백여명이 대거 참여했다. 명실공히 현대미술 큰 잔치라 할만하다.

 

규모면에서도 그렇지만 다원주의의 틀안에서 시도되고 있는 온갖 형식이 망라된 이 전시회는 지역화단으로서는 모처럼 맞는 자극과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다. 남부현대미술제의 결성 취지가 중앙종속의 문화환경으로부터, 또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진 화단의 오랜 족쇄로부터 해방을 내세운 것이었다면 올해 열아홉번째 맞이한 전시회의 성과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85년 첫 전시를 가진 이래 지금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지역을 순회하며 대규모 회원전을 가져온 것도 그렇거니와, 지역마다 고루 분포된 작가들의 참여 또한 의기투합의 모범을 보여주는 덕분이다.

 

한국화와 서양화, 조각, 공예 등의 장르별 다양성은 물론, 평면작업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오브제와 입체 설치까지 고루 출품한 작가들의 면면은 더욱 눈길을 끈다. 미술의 다양한 표현양식이 한자리에 모아진 전시장은 관객들의 적극적인 소통의지를 끌어내는데 효과적이다.

 

전시실 초입에서 마주할 수 있는 작품 두점. 이지역 현대미술 활성화에 열정을 보였던 서양화가 문복철씨(전 우석대 교수, 지난 5월 작고)의 유작이다. 한지를 활용해 독특한 조형미를 표현하는 작업을 견지해왔던 그의 유작 역시 한지가 소재다. 종이의 전통이 강한 전주에서 한지로 자기 표현의 세계를 추구했던 작가의 족적을 만나는 일은 의미있다.

 

그러나 올해 전시회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보다 새로운 실험적 작품이나 창조적 정신의 신선한 미학을 감당해내는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미 친숙해져버린 '실험적' 형식은 이미 낡은 것. 현대미술을 지향하는 작가들이 대거 참여한 전시회에서 눈을 확 뜨이게 하는 참신한 실험적 작품이 기대보다 적은 것은 아무래도 아쉽다.

 

올해 전주 전시를 주관해온 김한창위원장은 "다양한 현대미술의 현상을 보여주는 의미도 있지만 문화예술의 지방분권화를 위해 지방이 갖고 있는 문화적 역량을 결집시키는데 더 큰 뜻이 있다" 고 밝혔다.

 

전북의 현대미술은 80년대 초반부터 일었던 일군의 현대미술작가들의 활동으로 본격적인 틀이 만들어졌다. 그 중심에 놓여있던 그룹 중의 하나가 '전북현대작가회'다. 남부현대미술제는 전북현대작가회와 부산의 혁, 광주의 에뽀끄가 마음을 합해 기틀을 다졌다. 다시 부산과 경남 전남 전북 제주를 연결해낸 결실이 85년 제주에서 가진 창립전. 이후 지방의 현대미술을 규합해내는 매우 의미있는 활동을 성실하게 전개해온 남부현대미술제의 전주전시는 지난 87년 이후 두번째다.

 

김은정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부尹대통령, 6시간만에 계엄 해제 선언…"계엄군 철수"

정부尹대통령 "국무회의 통해 계엄 해제할 것"

국회·정당우의장 "국회가 최후의 보루임을 확인…헌정질서 지켜낼 것"

국회·정당추경호 "일련의 사태 유감…계엄선포, 뉴스 보고 알았다"

국회·정당비상계엄 선포→계엄군 포고령→국회 해제요구…긴박했던 15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