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전주세계소리축제가 9일동안의 소리여행을 마쳤다. 지난달 26일의 전야제부터 5일 폐막식에 이르기까지 짧지 않은 여정 뒤에 숨겨진 이야기가 적지 않다. 특별취재팀으로 소리축제 현장에 있었던 본사 기자들의 취재수첩에 담긴 파편들을 모았다.
◇ 악재 하나는 '불같은 태양'
'청명한 하늘''찜통더위''잦은 소나기''태풍 루사' 등은 역대 소리축제의 일등공신이기도 했고, 악재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가을 한 복판에 열린 2003소리축제는 '불같은 태양'이 의외의 악재였다. 이 때문에 오전 11시부터 열렸던 '미지의 소리를 찾아서-실크로드' 공연이 갑자기 오후 3시로 옮겨지는 해프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 여름에 열린 지난해에는 어떻게 공연을 했었는지, 모두들 궁금하다.
◇ 강지사, 황급히 퇴장한 사연
창작판소리사습대회 출연자들의 갈라콘서트가 열린 폐막식 현장. 참가자 이규호씨가 '똥바다'를 열창하면서 '이런 놈''저런 놈'즉석에서 사설을 개작하며 몰아오니 관객들이 모두 박장대소. 갑자기 관객들을 긴장시킨 결정적인 순간은 이 때였다. "주민들이 싫다고 하는데도 위도에 방폐장 건설하려고 하는 놈도 똥”. 폐막식장에 참석해있던 강현욱 도지사는 이 순서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자리를 떴다. 객석에서 나온 말은 '하필∼'.
◇ 통역은 어디에?
올해 소리축제에 참가한 나라는 20개국. 통역은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 등 몇 가지 언어에 불과해다. 우즈베키스탄 공연단의 경우, 통역자가 없어 러시아어를 하는 단원 한 사람이 러시아어와 우즈베키스탄어로 번갈아 가며 통역을 해줬다. 통역만으로도 소리축제의 세계화는 쉽지 않아 보인다.
◇ 말 많은 사습대회
올해 처음 시작한 창작판소리 사습대회는 참가자 6명뿐. 산조예술제의 '또랑강대'와 비슷한 컨셉과 시상금 규모 축소(1천만원에서 7백만원으로) 등 이런저런 사연도 많았는데, 시상식 당일 당초 5월 설명회에서는 1등·2등·3등으로 칭했던 수상자들의 이름을 '으뜸광대''버금광대''딸림광대''아차광대'라고 이름 붙여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 걱정.
◇ 공연단은 공연만 하고 돌아가면 끝?
지난해도 그랬지만 이미 공연을 끝낸 단체들을 다른 공연의 객석에서 만나는 일은 어려웠다. 축제는 함께 즐기는 것. 공연이 끝났다고 곧 돌아가 버린다면 축제의 진정한 의미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그리고 그들의 기억에 소리축제는 어떻게 남아 있을까.
◇ 시립예술단 노조, 전단지 배포
전주시립예술단노동조합이 소리축제가 열리는 동안 '예술인의 미소'라는 제목의 전단을 뿌려 주목받았다. 전야제와 개막식, 소리전당 로비 등에서 배포한 이 전단은 오디션제도 개선과 연봉제 폐지를 주장하는 내용.
그러나 대부분의 관객들은 "왜 전주시장에게 보내는 편지를 도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와서 뿌리는 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남의 잔치 분위기 흐려놓는 일이 아니냐는 비판도 비등했다.
◇ 황병기는 없었다
1일과 2일 오후 10시 소리전당 명인홀에서 열린 '황병기와 나효신 만남'에서는 황병기씨가 참석하지 않아 많은 관객들이 실망. 축제 홈페이지나 안내책자 등에 연주단을 따로 소개하면서도 정작 '황병기씨의 연주는 없다'는 언급이 없어 같은 기획무대의 연주자들이 직접 무대에 서는 것 처럼, 황씨의 연주를 기대했던 것. 황씨는 소리축제 공연이 있던 2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기자회견장은 도내 기자들만 독식
축제기간 매일 두 세 건의 기자회견이 열렸던 기자회견장. 당초 언론사들의 활발한 취재를 기대했겠지만 국악방송과 문화관련 잡지사 기자들이 한 두 번 참가한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 도내 일간지와 방송사 기자들만 참석하는 상황이 계속됐다. 소리축제가 여전히 전북권에 맴돌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낸 예였다.
◇ 평가는 없다
올해 소리축제는 외부평가가 없어 평가공청회도 없을 전망이다. 원인은 평가결과가 축제 운영에 별 도움이 안되는데다 예산이 대폭 축소되었기 때문이라고. 그러나 문화계에서는 이지역에서 가장 큰 축제를 치르고도 외부 평가 없이 내부 평가만으로 대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 곳곳에서 관객들과 시비
"티켓에 나이 제한이 써 있지 않았잖아”"아이가 화장실 좀 갔다 왔다고 못 들어가게 해” 등등 공연이 열리는 시간 소리전당 곳곳에서 관객과 소리전당·소리축제 관계자들간에 충돌이 빈번했다. 공연의 기본 에티켓을 모르는 관객이나 사전의 충분한 안내 없이 공연 예절만 강요하는 관계자들 모두가 문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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