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이희중의 문학편지] 문학과 담배에 대한 단상

 

글쓰는 사람들 중에 애연가가 많은 것은 확실하다. 웬 만한 자리에서는 공공연히 담배 피는 일이 금기처럼 되어서, 담배 한 가치를 빼어 물려면 주위 눈치부터 살펴야 하는 이 '흉흉한' 세상에, 흡연가가 항상 다수인 집단은 글꾼들의 모임 말고 별로 없을 것이다.

 

'담배 끊으세요'라는 말은, 듣는 사람의 건강을 위하는 사랑 넘치는 충고에서 나아가, 말하는 자신의 건강을 해치지 말라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요구가 되었다. 아이나 어른이나 이 말을 하기에 망설임이 없다. 그런데도 글쓰는 사람의 흡연에 대해서는 아주 너그럽다. 여기에는 모종의 양해 사항이 있는 듯하다. 이는 문학하는 사람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고정관념 또는 환상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간혹 텔레비전 드라마에 글쓰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예외 없이 담배를 물고 있다.

 

그리고는 부수수한 머리로 책상 앞에 앉아 원고지를 구겨서 집어던진다. 이 짧은 장면이 우리들이 가진 작가, 시인이 글쓰는 모습의 전형이다. 요즘 대부분의 글꾼들은 개인용 컴퓨터를 사용해 글을 쓰므로 원고지를 구겨서 버리는 따위의 물자 낭비는 하지 않는다. 그러나 담배는 여전히 많은 글꾼들이 아낀다. 글꾼들의 흡연에 대한 고정관념에는 글꾼들 스스로도 예외가 아닌 모양이다.

 

나는 20여년째 담배를 피운다. 그러나 애연가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담배를 피울 뿐이다. 대부분의 흡연자들처럼 호기심에서 배웠고 끊을 이유가 없어서 계속 피워왔다. 나는 이 나쁜 습관을 글쓰는 일로 변명하고 싶지는 않다. 요컨대 나는 많은 중독자들과 같은 이유로 담배를 피우고 있으며 때로 건강에 대해 걱정하지만 글을 쓰기 때문에 담배를 계속 피워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온 세상이 흡연자를 구박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고 있으며, 의사와 과학자들은 담배가 지닌 긍정적인 연구결과는 숨기고, 나쁜 쪽만 과장하고 있다고 나는 가끔 농담을 한다. 이러다가 흡연자와 비흡연자들이 나뉘어 전쟁을 벌일지 모르겠다고도 가끔 생각한다. 아무에게나 담배 끊으라고 덤비는 사람들의 단순 논리도 우습지만, 글쓰는 사람은 담배를 피워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우습다. 언젠가 본 금연 캠페인 다큐멘터리에서, '담배에 포함된 독소에 의해 죽을 병에 걸리는 체질의 사람이 있고 그렇지 않은 체질의 사람이 있는데, 미리 알 수 없으므로 담배는 피우지 않는 것이 좋다'는 과학의 권고도 우습다.

 

금연의 중요한 논리는 미래의 건강이다. 모범적인 시민은 미래의 건강을 오늘의 건강보다 더 걱정해 마땅하다. 그들은 미래를 위해 적금을 붓는 사람들이다. 그 말이 맞다면 흡연자들은 미래를 불확실한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된다.

 

글쓰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일말의 허무주의와 회의주의를 공유한다. 이 회의적 사고는 '밝고 건강한 미래' 같은 유의 표어를 체질적으로 거부하게 한다. 담배까지 끊고 미래의 건강을 준비한 사람이 전혀 다른 이유로 세상을 일찍 하직하는 것을 보면서 흡연자들은 자위한다. 그들은 사람들이 하지 말라고 하면 더하는 유의 사람들이다.

 

전북일보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정부尹대통령 "국무회의 통해 계엄 해제할 것"

국회·정당우의장 "국회가 최후의 보루임을 확인…헌정질서 지켜낼 것"

국회·정당추경호 "일련의 사태 유감…계엄선포, 뉴스 보고 알았다"

국회·정당비상계엄 선포→계엄군 포고령→국회 해제요구…긴박했던 155분

국회·정당野, 계엄해제 압박하며 공세 최고조…'탄핵 직행' 주장도